목숨 앗아가는 스릴…수상레저 스포츠 사고 '주의보'
작년 내수면 놀이기구 사고 223건…워터슬레드 사고 가장 많아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수면을 질주하는 짜릿한 속도감과 추락의 아찔함 후 온몸을 감싸는 물의 시원함까지, 다양한 매력에 지난해에만 457만명이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겼다.
하지만 스릴 뒤에는 인명 사고의 위험이 도사린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상레저 스포츠를 찾았다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상레저 스포츠 사고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빠른 속도로 수면 위를 달리는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등을 타다 충돌해 다치거나 물에 빠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블롭점프나 워터 슬라이드처럼 물가에 설치된 시설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하는 유형도 있다.
바나나·땅콩 보트 등 '워터슬레드'는 레저스포츠 사고의 단골 메뉴다. 웨이크보드나 수상스키에 비해 수상레저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이 즐기는 경우가 많아 사고 때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한 번에 5∼10명이 타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실제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강이나 호수, 저수지 등 내수면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하다 난 사고는 223건이었다. 이중 워터슬레드의 비율이 146건으로 2위인 웨이크보드와 수상스키(각각 19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위해 감시시스템에 2014∼2016년 접수된 수상레저 관련 건수 171건 중에서도 바나나보트가 총 27건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바나나 보트를 타다 다친 이들 중 대부분(68%)은 빠른 속도에 몸이 튕겨 나가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달리다 물에 빠질 경우 충격으로 머리를 다쳐 기절하거나, 다른 승객과 충돌로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보호장구가 없으면 치명적이라 안전 헬멧과 구명조끼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용객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보호장구 착용에 소홀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월 북한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는 188명을 조사했는데, 이중 안전모를 쓴 비율은 절반도 안 되는 88명에 불과했다.
안전장비 미착용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지난 5월 충북 옥천군 대청호에서 일행 3명과 함께 바나나 보트를 타던 30대가 보트가 뒤집히면서 물에 빠져 숨졌다. 친구가 운영하던 펜션에 놀러 갔던 이들 일행은 구명조끼 등 기본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레저 업체 측이나 보트 조종자의 과실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땅콩보트를 끌던 모터보트 운전자가 선착장 가까이서 회전하다 땅콩보트가 선착장과 충돌하며 선착장에 서 있던 20대가 물에 빠져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5년 8월에는 가평군에서 바나나 보트를 타다 물에 빠진 20대가 뒤따라 오던 다른 보트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가평 소방서 관계자는 "이용자는 반드시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조종자도 무리한 선회 금지, 탑승자 수시 확인 등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끄럼틀 형태의 워터 슬라이드나 널뛰기 원리로 물속에 뛰어드는 블롭점프 등의 레저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물가에 설치된 시설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지만, 인근 수심이 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일 오전 11시께 가평군 북한강 레저시설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던 A(18)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A군은 본격적 영업이 시작되기 전 시간에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워터슬라이드를 타다 수심 2m가 넘는 물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에는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가평군 가평면의 수상레저시설을 찾은 30대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놀다가 순간 물에 빠져 숨졌다. 당시 주변에 다른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 약 30분간 아무도 사고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블롭점프의 경우 몸이 튕겨 올라갔다가 물에 떨어지는 방식이라 입수할 때 자세가 불량하면 타박상을 입기 쉽다. 또, 물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다.
6월 강원도 춘천에서 블롭점프를 하던 50대가 물에 빠져 숨졌다. 구명조끼까지 입고 있었지만, 바지선 입구 부근에 잘못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물에 떠오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용자의 안전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관리·감독 체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남양주와 가평, 춘천 등 최근 수상레포츠의 명소로 떠오른 몇몇 지역에는 업체 간의 경쟁이 과열되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업체들 사이 거리가 짧고, 경쟁이 심해 손님을 더 끌기 위해 적정 수보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태우거나, 흥미 유발을 위해 이용자들을 고의로 물에 빠뜨리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는 업체가 많다"며 "해경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업체 간 적정 거리 등을 연구해 허가를 내는 지자체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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