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의회, 노동개혁 신속처리안 의결…여론악화로 갈등 증폭될 듯
마크롱 지지율 급락세에 노동장관 과거 고액연봉 보도에 '곤혹'
정부는 바캉스 기간에 노조 설득…노조들은 9월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 예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노동시장 유연화를 의회 심의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서 추진하는 정부의 계획이 상·하 양원의 의결을 거쳐 최종확정됐다.
프랑스 정부는 9월 말까지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의 노동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노동장관의 과거 고액연봉 보도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노조의 총파업 투쟁도 예정돼 있어 한바탕 충돌이 예상된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 2일 밤(현지시간)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추진을 일반 법률(Loi)이 아닌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찬성 225대 반대 109로 의결했다. 앞서 하원도 상원 표결 하루 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찬성 421대 반대 74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해고와 채용을 더욱 쉽게 만드는 방향의 노동개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정책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과제다.
지나친 노동규제와 근로자 과보호 때문에 프랑스의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판단이다.
마크롱 정부는 산별노조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의 상당 부분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 근로조건 관련 사원투표 부의 권한을 사용자에게도 주는 방안,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퇴직수당 상한선 설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의 최종안은 이달 말 확정된다.
노동개혁을 법률이 아닌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이번에 의회에서 최종 의결됨에 따라 마크롱의 노동개혁 추진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제외한 최고위 법령인 법률과 달리 법률명령은 대통령의 위임입법 형식으로 마련돼 공포와 즉시 효력을 지니며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으면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
마크롱은 취임 뒤 노동개혁을 법률명령으로 추진해 의회 심의·토론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주요 노조들은 "내용 자체도 근로자 보호장치를 약화하는 것인 데다가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의회 논의과정을 건너뛰어 강행 처리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회 내 강경좌파그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공산당 등도 정부의 법률명령을 통한 노동법 개정은 불법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바캉스 시즌이 끝나는 8월 말까지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주요 노동·사회단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설득과 압박전을 편 뒤 9월 말까지는 노동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신 조사(유거브)에서 36%로 급락하는 등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노동장관이 과거 다국적 기업에서 재직할 때 거액의 스톡옵션과 연봉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다.
최근 뮈리엘 페니코 장관은 1990년대에 다국적 식품기업 다농에 인사담당 임원으로 재직 시 900명의 정리해고를 추진하면서 회사로부터 스톡옵션으로 120만 유로(16억원 상당)를 받았고 3년간 연봉이 480만 유로(65억원 상당)에 달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정치 전문가들은 페니코 장관이 과거 고액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 자체에 위법은 없지만,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페니코 장관의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노동총동맹(CGT) 등 주요 노동단체들도 바캉스 기간이 끝나는 즉시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9월 12일)으로 노동 유연화에 저항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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