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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100㎜ 비에 '넋 잃은' 인천…원도심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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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100㎜ 비에 '넋 잃은' 인천…원도심 발만 '동동'

엎친 도시구조 덮친 늑장 대응…7년 만에 큰 피해

하수관로 용량 부족·저류조 '0개'…강우량 감당 못 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달 23일 인천에 내린 집중호우로 건물 5천336채가 물에 잠겼다.

2010년 9월에도 인천에 175.5mm의 비가 내려 건물 5천237채가 물에 잠겼지만, 7년이 지난 이 날도 피해는 고스란히 반복됐다.

물에 잠긴 건물 대다수는 원도심 지역에 있는 주택과 상가였다.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부평구의 부평 2·4동과 남동구 간석동의 피해가 특히 컸다.

부족한 하수관로 용량과 저류조, 뒤늦은 빗물 펌프장 가동 등이 수해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 시간당 최대 80∼90mm 비…감당 못 하는 원도심 기반시설

인천에 매설된 하수관로는 총 5천500km에 달한다.

인천시는 2010년도 하수도 기본계획에 따라 20년마다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강우량(시간당 77mm)을 버틸 수 있는 하수관로를 매설했다.

이후 2015년도에 하수도 기본계획을 변경해 하수관로를 30년마다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강우량(시간당 82mm)을 버틸 수 있는 관로로 바꾸는 공사를 일부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호우로 큰 피해를 본 원도심 지역에서는 교체 공사를 거의 하지 않아 대부분 20년 빈도의 하수관로가 매설돼 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인천에 내린 강수량은 남구 110.5mm, 남동구 110mm, 동구 110.5mm, 부평구 92mm, 중구 85.5mm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오전 8∼9시 한 시간 동안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시간당 최대 80∼90mm의 폭우에 원도심 지역의 하수관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침수가 많이 된 원도심 지역은 대부분 20년 빈도의 하수관로가 매설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군·구마다 하수관로 교체 공사 진행 상황이 달라 30년 빈도 하수관로 현황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인천 지역에 저류조가 한 곳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저류조는 하수관로 용량으로 처리할 수 없는 빗물이 내렸을 때 역류하는 물을 저장해놓을 수 있는 일종의 유수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근래 침수 우려가 거의 없었던 데다 비용 문제로 인해 저류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천시는 내년 4월 국비를 신청해 침수 피해가 컸던 남동구, 남구, 부평구, 서구 일대에 저류조 10곳을 설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동구 소래포구 앞 도시개발지구에는 국·시비 등 140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5천500t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조를 준공할 예정이다.

연간 200억원씩을 투입해 각 군·구의 하수관로도 확장할 방침이다.



◇ '상습 침수' 되풀이…반지하 주택 밀집한 원도심

인천시는 10개 군·구 가운데 현재 7개 구의 28곳을 상습 침수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남구가 주안4동 옛 동양장 사거리, 주안역 인근, 도화IC 인근 등 10곳으로 가장 많다. 부평구 8곳, 계양구 3곳, 서구 3곳, 중구 2곳, 동구 1곳, 남동구 1곳 순이다.

이들 지역은 2010년과 2011년 비로 주택과 상가 등 3천631채와 1천153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다. 침수 피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이 몰린 탓이다.

인천의 반지하 주택 총 5만3천496채 중 1만1천900채가 부평구에 집중돼 있다. 남구와 남동구가 각각 1만647채와 9천662채다.







때문에 올해 집중호우로 발생한 침수 피해 양상도 2010∼2011년과 다를 바 없다.

지역별 침수 피해는 남동구가 1천5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남구 1천313건, 부평구 1천281건, 서구 1천114건, 중구 54건, 동구 43건 등의 순이다.

인천지역에서 가장 뒤늦게 도시가 조성된 연수구와 계양구는 각각 6건과 4건이 발생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다.

남구에서는 원도심으로 분류되는 옛 동양장 사거리, 숭의역, 제물포역, 주안역 일대가 가장 큰 침수 피해를 봤다. 물이 사람 허벅지 높이까지 차오르고 거리의 차량은 물에 떠다녔다.

부평구도 마찬가지였다. 부평구청, 갈산역, 열우물경기장 일대의 원도심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서구에서도 원도심인 석남 1∼3동에서 150건이 넘는 피해가 났지만, 청라국제도시에서는 단 2건의 침수 피해만 접수됐다.



◇ 폭우 쏟아진 뒤에야…뒤늦은 '늑장 대응'

원래 빗물은 하수관로를 통해 오수와 우수로 분리돼 바다나 하천으로 바로 빠져나가야 한다.

상습 침수지역은 하수관로 용량 부족 등의 문제로 물이 자연적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빗물 펌프장을 통해 인공적으로 하천이나 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일종의 '중간지' 역할을 하는 빗물 펌프장의 역할은 폭우 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천시는 7월 23일 집중 호우 때 빗물 펌프장의 배수펌프를 늦게 가동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천지역 빗물 펌프장은 총 13곳이다.

이 가운데 부평구 삼산 1·2 빗물 펌프장은 당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남동구 소래·구월, 부평구 갈산 펌프장도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동했다.







이번 집중호우가 오전 6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배수펌프를 가동했을 때는 이미 피해가 커진 뒤였다.

당시 부평구에는 오전 8∼9시에만 시간당 84㎜의 장대비가 내렸다. 중구 영종도에는 시간당 74.5mm, 서구 공촌동에는 시간당 54.0mm의 호우가 쏟아졌다.

인천시는 2015년도 하수도기본계획에 따라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빗물 펌프장을 증·신설하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남구 주안동에 분당 3천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펌프장을 신설하고, 구월 펌프장을 분당 2천t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증설하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펌프를 가동해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하천이나 바다 지역에 집중된 빗물 펌프장을 도심에도 증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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