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동아제약, 오너 갑질·리베이트로 '기업신뢰 실추'
회장 신병처리 촉각 속 경영 공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내 주요 제약사인 종근당, 동아제약의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오너(사주)의 갑질과 리베이트 연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론 악화로 회사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벌써 경영 공백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 이장한·강정석 회장 신병처리에 촉각
운전기사 대상 폭언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3일 새벽 귀가하면서 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음이 착잡하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갑질 논란'이 한창 달아올랐던 지난달 14일 공식 사과 자리에서는 거취에 대해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아 보름 사이에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일부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이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다 이번 사건 자체가 혐의 입증이 어려워 회장직을 스스로 내놓을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차량 내 폭언의 경우 대중이 없어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나눠줬다는 약사법 위반 혐의 역시 받았다는 사람을 확인하기 어려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과 유사한 운전기사 갑질로 논란을 빚었던 오너 일가 출신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벌금형을 받았으나 부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강정석 회장의 경우도 구속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도주나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크지 않고 그간 리베이트 혐의로 주요 상위 제약사 오너가 구속된 사례가 없었다는게 이유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무엇보다 검찰의 구속수사 의지가 강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한다.
강 회장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사자금 700억원을 빼돌려 이중 55억원을 의약품 판매와 관련해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17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27일 강 회장을 소환 조사한 지 한 달여 만에 강 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 기업이미지·신뢰 손상…경영 공백 우려도
갑질논란이 불거졌을때 주가가 급락하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종근당 제품에 대한 불매의견이 급속히 확산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갑질 논란이 종근당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일각에서 종근당에 대한 불매 운동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지난해 일반의약품 비중이 7%로 크지 않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날 부산지검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의 경우 종근당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회장 '개인'의 문제로 일축할 수 있는 종근당과 달리 강 회장의 경우 의약품을 판매, 공급하는 주력 사업 자체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실적 악화는 지난해 7월 전문의약품인 위염 치료제 '스티렌'의 약값이 초기 가격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요인이 가장 크지만,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리베이트 수사에 연루될까 우려하는 의료진 등이 동아에스티 영업사원 만나기를 꺼렸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한편,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종근당과 같은 사례가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같은 성정과 폭언으로 유명한 상위 제약사 회장의 경우, 적잖은 녹취 파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 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는 오너 중심의 경영, 확고한 지배 체제 등으로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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