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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흥행 가르는 '입소문의 힘'…'별점 테러' 등 악용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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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흥행 가르는 '입소문의 힘'…'별점 테러' 등 악용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여름 최대 기대작인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입소문으로 희비가 엇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간판을 단 '군함도'는 개봉 8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영화' 타이틀을 곧 거머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개봉과 동시에 불거진 스크린 독점과 역사 왜곡 논란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군함도'는 2일 '택시운전사'가 개봉하자마자 흥행 기세가 꺾이며 500만 명대에서 주춤하고 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군함도'에 이슈를 선점당하면서 개봉 직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개봉 3주 전부터 전국을 돌며 시사회를 연 것치고는 '너무 조용하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개봉 전날 아침까지 예매율도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관객들 사이에서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 첫날 69만7천85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택시운전사'의 네이버 관람객 평가는 9.35점로, '군함도'의 7.57점보다 훨씬 높다.

다음소프트의 사회관계망 트렌드 분석툴인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한 달간 두 영화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해보면 두 영화에 대한 이미지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택시운전사'는 '강하다' '놀라운' '참상' 등의 단어가 연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지만, '군함도'는 '괴상하다' '나쁜' '무서운'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과거보다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영화흥행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 극장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은 영화를 고를 때 인터넷(59.6%), 주변인(58.6%), TV(52.9%), 영화광고(49.15), SNS(40.6%) 등을 주로 참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봉 초기 인터넷 등에 빠르게 퍼진 '핵노잼', '핵꿀잼' 등의 단어는 흥행에 결정타가 되곤 한다.

지난 6월 개봉한 '리얼'은 입소문의 역풍을 맞은 대표적 사례다. 이 영화는 한류스타 김수현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개봉 이틀 전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후 평단으로부터 "역대급 졸작"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개봉 후에는 관객들의 이례적인 혹평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는 "시간 가는 줄 알고 봤다"처럼 '리얼'을 비꼬는 댓글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순제작비 115억원이 투입된 '리얼'은 결국 손익분기점(300만명)의 5분의 1에 불과한 47만명을 동원하는 선에서 간판을 내려야 했다.






입소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군함도'의 경우 개봉일인 지난달 26일 조조 상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네이버상에서 10점 만점 중 1점을 주는 '별점 테러'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군함도'의 네티즌 평가는 개봉 첫날 4점대까지 떨어졌다.

한 모바일 메신저에는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으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절대로 안 보기 운동"이라는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이 메시지에는 "'군함도'는 촛불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을 미화하는 영화"라며 "(이 글을) 널~리 알려달라"고 적혀있다. 회사원 A씨는 "부모님이 '군함도' 개봉 전날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통상 관객 수가 어느 정도 쌓여야 영화에 대한 논쟁이 오가는데, '군함도'의 경우 개봉일 조조 단계서부터 영화 속 구체적인 장면을 언급하며 역사 왜곡 문제를 지적하는 댓글이 쏟아져 영화를 한쪽 프레임으로 몰고 갔다"고 분석했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변호인'이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 등 역사나 정치적 관련 소재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식의 댓글 공격이 감행됐다"면서 "너무 노골적일 때는 댓글 신고를 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다. 결국,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회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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