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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80년] (17) "한국어 교육 지원 절실"(끝)

김 게르만 카자흐국립대 교수 인터뷰…한인 이주사 전문 고려인 3세

"90주년 땐 경험자 없을 것…역사 보존하며 미래 지향해야"



(알마티<카자흐스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달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극동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 탐사단이 열차로 6천500㎞를 달려 고려인이 중앙아시아에 첫발을 내디딘 우슈토베역에 1일 새벽 도착했을 때 84명의 탐사단원 못지않게 벅찬 감격을 느낀 한 사람이 있었다.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 한국어과 교수인 김 게르만 니콜라예비치(64) 카자흐고려인협회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건국대 중앙아시아연구소장 겸 사학과 교수로 한국에 파견을 가 있으면서도 회상열차에 동승하지 못했다.

이날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첫 정착지 우슈토베 바슈토베 마을의 진혼제를 준비하고 2일과 3일 모교이자 직장에서 국제한민족재단 주최로 진행되는 제18회 세계한민족포럼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의 이주사를 연구하느라 러시아 연해주 일대와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길을 수차례 답사했습니다. 그러나 열차를 타고 선조들이 끌려갔던 그 길을 그대로 밟아본 적은 없습니다. 더욱이 80주년을 맞아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함께하는 여정에 동참하고 싶었는데 부득이 우슈토베역에서 합류했죠. 마음만은 저도 6천500㎞를 함께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고려인 3세인 그는 '한인 이주의 역사', '나는 고려 사람', '해외 한인사', '한국 해외 이민사',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한인 교육사' 등을 펴낸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문가로 꼽힌다.

한때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수도'로 불리던 우슈토베에서 태어나 팔라비 카자흐국립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한인 이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다. 1992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 미국 미시간대, 일본 도쿄대와 홋카이도대 등에 초빙돼 연구와 강의를 했다.

그의 눈에는 이번 80주년 기념행사가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해 세계한민족포럼 행사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강제이주를 기념하는 행사는 60주년(1997년) 이전에는 치르지 못했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에야 강제이주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역사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죠. 그때만 해도 강제이주를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 행사장 좌석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10년 뒤에는 그 숫자가 반의반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는 두 명에 불과했죠. 올해가 10년 단위로 치르는 강제이주 행사 가운데 경험자가 함께하는 마지막 자리이기도 합니다."

1일 진혼제 때는 각각 15살과 12살 때 강제이주 열차를 탄 곽응호 씨와 천억실 씨가 80년 전에 겪은 일을 증언하고 소망을 이야기했다. 10년 뒤에는 이들의 얼굴을 행사장에서 다시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이들보다 나이가 적은 경험자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두 분이 연세에 비해 정정해서 그렇지 강제이주를 경험한 생존자들은 대부분 집밖 출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기억도 희미하고 말도 어눌해 살아 있는 역사가 사라져 가고 있죠.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가 보기에 기념식 풍경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예전에는 한국의 관계자들이 카자흐스탄으로 날아와 고려인들과 함께 행사를 치렀는데, 이제는 모국 귀환 동포가 늘다 보니 한국에서도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 오기 전에 경기도 안산의 고려인마을에서 특강 부탁이 와 한국어로 준비해 갔더니 러시아어로 해 달라는 겁니다. 한국에 사는 고려인이 5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부분 한국어를 하지 못해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죠. 이 문제를 한시바삐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과 NGO들은 고려인 4세의 모국 체류를 허용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이뤄지면 모국 귀환 동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모국 귀환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찾아주고 한국 국민과 이들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려면 이들이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도 서울대에 있을 때 한국어교육센터를 다니며 무척 힘들게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한국어를 모른다고 이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의 죄가 아니니까요. 고려인에게 맞는 학습법을 개발하고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화나 게임을 접목하는 등의 시도가 아쉽습니다."


모국 귀환 고려인 가운데 카자흐스탄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까닭을 묻자 "우즈베키스탄 국민 가운데 이슬람교 신자의 비율이 높아 고려인이 느끼는 소외감이 크고 소득이 낮아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제(1일) 우슈토베에서 카라탈군수가 고려인을 칭찬하고 한국에서 온 손님을 환대하는 것 보셨죠?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입니다. 카자흐 민족의 비율은 60%이고 우즈베키스탄의 자민족 비율은 90%입니다. 한민족은 종교 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비율은 극히 낮죠. 이슬람교는 생활 전체를 규율하기 때문에 신자가 아닌 사람은 이슬람국가에서 적응하기 힘듭니다. 또 소득에 차이가 커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도 카자흐스탄에 취직하러 많이 옵니다. 모국 귀환 고려인뿐 아니라 한국의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 가운데서도 우즈베크인이 많습니다."

김 교수는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에 적을 둔 상태에서 2015년 9월부터 건국대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상대로 '유라시아와 한반도', '한류의 역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건국대가 캠퍼스 안에 있는 외국인 교수 숙소를 제공해 카자흐인 아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앞으로 2년 더 있어 달라고 요청받아 그러기로 했다고 한다. 아들은 두바이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일하고 있고 딸은 사위와 함께 영국 런던에 산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모국 귀환 동포 문제에 더 매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고려인 연해주 이주 150주년이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80주년 등의 행사 때만 고려인들을 돌아보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고려인을 제대로 아는 것은 바로 우리의 역사를 찾는 것이니까요."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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