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탓에 치즈 수출국서 수입국 문턱까지 간 스위스
1980년대 수출이 2.5배 많았지만 최근에는 프랑 강세에 격차 줄어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그뤼에르, 에멘탈 치즈로 유명한 '치즈 수출국' 스위스가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강세로 치즈 수입국 문턱까지 갔다가 최근 유로화 강세로 다른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1988년 스위스의 치즈 수입량은 2만5천t에 불과했고 수출량은 6만5천t 정도로 수출이 수입을 압도했다.
그러나 스위스 프랑과 유로화 가치의 격차가 점차 줄면서 2015년에는 수출량이 1988년과 비슷했던 반면 수입량은 5만5천t 정도로 크게 늘었다. '저렴한' 유럽 다른 나라의 치즈가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계속 오르자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상한을 설정했다가 2015년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환율 캡을 포기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 0.75%까지 내려도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계속 올랐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유럽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 지난달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2015년 환율 상한 폐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변경은 가을쯤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자 금융시장에서는 양적 완화 축소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고 유로화 가치가 치솟기도 했다.
스위스 치즈 마케팅의 마누엘라 존더레거는 "합리적인 환율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FT는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변경을 예고하면서 스위스 치즈 생산자들은 반기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최근 2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았던 스위스에서는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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