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 노숙인에게도 종합비타민 지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동대문 쪽방촌에서 혼자 생활하는 이모(67) 씨는 12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하느라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왔다.
그나마 모은 돈을 빚보증으로 날려 가정마저 잃고 2002년 쪽방촌에 들어와 초반 몇 년은 밥보다 술을 더 많이 먹었다.
심한 위궤양으로 올 초 위장 일부를 절제한 뒤에야 서울시가 시범 지원한 영양제를 복용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이 씨는 "영양제 덕분에 몸무게가 2kg 늘었다"며 "살면서 처음으로 내 몸을 챙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예비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월 쪽방촌 주민, 서울역 일대 노숙인 1천명에게 영양제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올해 6∼7월 시범적으로 영양제를 공급해본 결과 주민 반응이 좋아 공급 대상자를 확대했다.
대상은 서울시 동의동·동자동·창신동 등 5대 쪽방촌 주민 700명과 서울역 일대 노숙인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인 '따스한 채움터'에서 식사하는 노숙인들에게 식후 1알씩 지급한다.
이 사업을 후원하는 ㈜비타민엔젤스는 설립 목표를 '약품을 판매한 수량만큼 저소득층에게 후원한다'로 정할 정도로 사회 공헌에 관심이 많다. 2013년 설립 이후100여개 단체에 15억3천만원 상당의 영양제를 후원했다.
김용복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음주와 불규칙한 식사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며 "앞으로 영양제 지급 사업을 꾸준히 해 취약계층 건강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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