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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강수진…잠은 무덤에서 자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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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강수진…잠은 무덤에서 자면 돼"

강수진 새 에세이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에이, 잠은 무덤에서 자면 되죠."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변신한 강수진이 평소에도, 인터뷰할 때도 자주 하는 말이다.

동양인 최초 스위스 로잔 콩쿠르 우승,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 수상,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독일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 선정 등 강수진을 수식하는 이력들은 눈부시기 그지없다.

그러나 강수진은 자신에게 어떤 극적인 계기나 경험담,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늘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지극히 단조롭고 지루한, 그러나 치열한 하루하루였다"고 말하고 있다.

강수진의 새 에세이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인플루엔셜 펴냄)는 그의 화려한 순간들이 아닌, 단조로웠지만 '100%'로 살아냈던 하루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무용을 배우다가 남들보다 늦은 중학생 때 발레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부터 말도 안 통하고 속만 울렁거리게 하는 치즈로 고통스러웠던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유학 시절,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최연소로 입단했지만 7년 동안 이어진 군무 무용수 시절, 정강이뼈 부상으로 발레는커녕 걸을 수도 없던 시간, 국립발레단 단장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편의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만 먹으며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까지가 솔직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강수진은 그 과정에서 조급해하기보다는 '오늘 하루'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그 느낌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하루를 100%로 사는 것은 99%의 잔에 1.1%를 더 채워 그 잔을 넘쳐흐르게 하는 것과 같다. 부족함 없이 꽉 채우고 조금이라도 넘치는 하루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충만한 기쁨이 있다"(96쪽)

주역 무용수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발레계에서도 그는 "질투는 나의 힘이 될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내 일상은 지극히 단조로운 날의 반복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나의 경쟁자는 언제나 어제의 강수진이었다. 연습실에 들어서며 나는 어제 강수진이 연습한 것보다 강도 높은 연습을 1분이라도 더 하기로 마음 먹는다. 무대에 오르며 어제 강수진이 보여준 공연보다 더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줄 것을 다짐한다."(140쪽. 143쪽)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현재도 "하루를 힘껏 살고 단순한 보람을 만끽하자"는 마음가짐은 같다.

바람둥이 발레단 선배였던 남편 툰치 소크만과의 러브 스토리, 남편과 사랑을 지켜나가는 여섯 가지 비결, 자기 관리와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식사법,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 등도 솔직하게 소개돼있다.

316쪽. 1만4천900원.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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