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대북 군사옵션 안돼"…中역할론 등 외교해법 촉구
WP "트럼프, 외교정책 '리셋' 기회…中, 관찰자 말고 의장으로 나서야"
CNN "그릇 깨면 비용 치러야…北타격시 엄청난 인명피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놓고 강경론과 대화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미 유력 언론들은 1일(현지시간) 군사 대응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사실상의 '대화 카드'를 공식 제시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불사'를 언급했다는 상충된 전언이 나와 찬물을 끼얹은 데 대한 반응이다.
틸러슨 장관은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며 '평화적인 압박' 기조를 천명한 반면, 대표적인 강경론자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갈지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압박을 강화하더라도 조용히 북한을 외교적 해법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위기의 그림자 속에서 외교정책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자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그레이엄 의원의 전언이 '전쟁 열기'에 불을 붙였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미국이 군사적 해결에 착수한다면 중국의 경제·안보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WP는 또 중국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관련국을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불러모아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이란 핵 협상과 비슷한 'P5+1' 모델이다. 그동안 중국은 뒷전에 물러서 있던 관찰자였지만 "이제는 의장이 되어야 할 때"라고 주문한 것이다.
CNN도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은 대가가 따른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포터리 반'(Pottery Barn·그릇 등을 파는 미국의 생활용품점 체인) 법칙을 소개했다. 그릇을 깨뜨리면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에 대한 무력 대응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며 책임과 함께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이는 아시아와 중국을 뒤흔들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북한의 반격으로 돌아올 것이며, 무고한 시민을 비롯해 주한미군 등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미사일의 발사장소나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역시 쉽지 않다고 CNN는 진단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의 감시를 피하는 위장 능력을 더해가고 있다.
한반도에 더 많은 미군을 주둔하도록 하는 것도 북한 핵 야욕을 억제하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CNN은 트럼프 정부가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을 한반도에 전개한 것을 넘어 더 강력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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