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임대료 낮춘 '착한점포' 열었지만…입주신청 '제로'
임대기간 짧고 입지 '불안'…다음달 중순까지 입주자 재모집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성동구가 별도의 계약금이나 권리금을 받지 않고 임대료까지 낮춘 '착한 점포(공공안심상가)'를 만들어 내놓았지만 입주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가 신청자를 다시 모집해 올해 10월께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입지 등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약점 탓에 '공공안심상가'라는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미지수다.
2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3∼21일 성수동 서울숲IT캐슬 1층에 만든 공공안심상가 2곳의 임차인을 모집했으나 입주 신청자가 없어 다음 달 중순까지 재신청을 받기로 했다.
공공안심상가는 올해 1월 이후 성수동 서울숲길·방송대길·상원길 등 성동구가 지정한 지속발전가능구역 내에서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바람에 내몰렸거나,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인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재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막아보겠다며 성동구가 직접 상가 2곳(총 39평·약 128㎡)을 12억원에 매입해 만들었다. 구청이 임대업에 뛰어든 셈이다.
성동구는 이 점포를 리모델링해 매장을 4곳으로 늘리고 임대료는 성동구 평당 임대료 8만∼9만원의 60∼70% 수준(5만∼6만원)으로 책정했다. 계약금·권리금은 받지 않는다.
구는 임차인이 임대료가 오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상가 이름을 '공공안심상가'로 붙이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관심이 뜨거웠는데도 정작 입주신청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임대 기간이 짧은 데다 입주 자격 요건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안심상가에는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커피·음료 판매점이 입점할 수 없다.
임대 기간은 기본 1년, 최장 2년이라 아무리 길게 머물러도 2년 후에는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겨야 한다.
게다가 공공안심상가는 행정구역상 성동구에 있기는 하지만 '제2의 경리단길'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성수동 상권과는 관련성이 적은 곳으로 분류된다.
롯데IT캐슬 입주기업 수요 외에 외부 손님을 끌기 어렵고, 점포가 건물 전면이 아닌 측면부에 있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기존 점포에 이미 투자한 인테리어 등 시설비용을 손해 봐야 하는 데다 새 점포에 또다시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인 입장에선 이사가 부담이다.
지속가능발전구역 내에서 실제로 임대료 상승을 못 버티고 쫓겨난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도 신청자가 없었던 이유다.
강형구 성동구 지속발전과장은 "올해 상반기 상권 재계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발전구역의 임대료가 작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공공안심상가 입주 자격을 '지속발전가능구역 내 임차인'에서 '성수동 내'로 확대하고 재모집에 나섰다. 임차인은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정도와 사업성 등을 심사해 선정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성동구의 첫 공공안심상가는 저렴한 임대료를 제외하면 임차인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없다"며 "입주 대상자의 특성을 세심히 살펴보고, 향후에는 입지·건물 선정 단계부터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공안심상가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내년에는 첫 공공안심상가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5년 이상 임대가 가능한 중장기 공공안심상가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숲 일대에 짓는 초고층 주상복합·호텔건립 사업을 하는 부영이 용적률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기부채납하는 8층 규모 상가 건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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