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여신' 프랑스 배우 잔 모로 89세로 타계
트뤼포의 '줄 앤 짐' 여주인공으로 유명세…당대 최고 천재감독들의 '뮤즈'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줄 앤 짐'(1962년)에서의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성 '카트린'으로 열연한 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가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모로는 이날 파리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모로는 생전에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누벨바그의 여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완벽한 여배우' 등으로 불리며 프랑스와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칸, 세자르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예술원의 정회원으로 추대됐던 그는 배우이자, 감독, 연극연출가로서 전방위로 활동한 예술가였다.
그녀는 또한 많은 젊은 영화인들을 추천하고 후원한 프랑스 영화계의 대모로도 기억되고 있다.
1949년 '마지막 연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루이 말 감독의 '광란'(1957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1961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을 입은 신부'(1967년), 뤽 베송의 '니키타'(1990년),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2005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빛'(1976년)과 '청춘'(1978년) 등을 직접 연출했다.
모로의 자유롭고 즉흥적이면서 관능과 지성을 동시에 겸비한 연기는 1950년대 후반 '새로운 영화'를 주창한 프랑스의 영화사조 '누벨바그'의 정신과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수아 트뤼포와 루이 말 감독 등 누벨바그와 유럽 영화를 이끌던 당대의 천재 감독들의 사랑을 받은 모로는 '누벨바그의 여신'이라는 영예로운 별칭을 얻었다.
1928년 파리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6세에 파리예술학교에 입학했고, 1948년 스무 살 때는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역대 최연소 상임단원이 됐다. 4년 동안의 극단 생활 중 22편의 작품에 출연한 모로는 영화 데뷔 전부터 이미 연극계의 '대스타'였다.
어머니가 영국인이었던 덕분에 영어에도 능통해 일찌감치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당대 미국 최고의 감독 오손 웰즈의 셰익스피어극 '심야의 종소리'(1966)를 비롯해 그의 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 웰즈는 모로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잔 모로 특별전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에의 초청으로 부산을 찾아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는 배우에 앞서 한 여성이며 영원한 학생이다. 죽는 날까지 삶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로의 별세 소식에 "모로는 영화 그 자체였던 분으로, 언제나 기성 질서에 저항한 자유로운 정신이었다"며 애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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