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비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EU 투자은행 업무 본부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MUFG는 브렉시트로 이른바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가 상실될 것을 우려해 암스테르담에 EU지역 투자은행 업무를 담당할 제2 조직을 설치할 방침이다.
패스포팅 권리는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다른 EU 국가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MUFG가 투자은행 업무를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게 되면 런던에 두고 있는 2천100명 가운데 수백명이 옮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다만 1차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직원은 100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UFG의 이번 결정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금융센터로서 런던이 갖는 지위를 차지하려는 유럽 주요 도시들의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들인 노무라와 다이와,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등은 모두 프랑크푸르트를 EU 투자은행 업무의 본부로 삼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도 프랑크푸르트를 택했고 HSBC는 파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바클레이스는 더블린을 택했다.

이처럼 글로벌 은행들이 서둘러 런던을 빠져나가는 것은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글로벌 은행들에게 브렉시트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재촉하고 있는 탓도 없지 않다.
글로벌 은행 가운데 암스테르담을 선택한 것은 MUFG가 처음이다. MUFG는 이미 암스테르담에 EU 역내의 법인과 소매금융 업무 본부를 두고 있는 상태다.
암스테르담이 글로벌 은행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데는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에 EU 규정보다 더 까다로운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은행들은 경영진들에게 급여의 20%를 넘는 보너스를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반면에 다른 EU은행들은 주주들의 동의가 있으면 급여의 2배까지 보너스를 줄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글로벌 은행 유치를 위해 예외 규정을 둘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에 고속철인 유로스타가 암스테르담까지 연장되는 것도 이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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