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마약 압수한 검찰…대법 "적법한 증거 아니므로 무죄"
마약 밀수업자 무죄 확정…'적법절차 준수·영장주의 원칙'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이 국제화물에 숨겨 들여온 마약을 적발해 압수하고도 법원의 압수영장을 제때 받지 않아 마약 밀수업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압수·수색 등을 할 때는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다. 검찰 입장에선 기본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도 범인을 처벌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모(50)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한 수출입 물품을 개봉해 검사하고 그 내용물을 취득한 행위는 범죄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1년 6월 멕시코에서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백색 가루 99.2g이 숨겨진 한국발 국제화물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검찰은 해당 화물을 감시하에 배송하는 '통제배달'을 실시해 범인을 검거하기로 했다.
화물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검찰은 세관 공무원을 통해 화물을 넘겨받아 안에 든 필로폰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따로 압수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화물 수령자인 마씨를 체포한 검찰은 2009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필로폰 10∼100g을 국제화물로 들여온 여죄를 추가로 확인해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세관 공무원을 통해 화물을 넘겨받아 필로폰을 확보한 행위가 압수 수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압수에 해당한다면 사전 또는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아야 적법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세관 공무원에게서 화물을 임의로 넘겨받았기 때문에 압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 2심은 "세관 공무원에게 화물을 넘겨받은 행위를 압수가 아니라고 본다면 통관 대상이 되는 수출입 화물에는 영장주의(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 자체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영장 없이 압수한 필로폰은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없고, 나머지 혐의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