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부 대책 비웃는 부동산 과열 확실히 잡아야
(서울=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달아오르고 있다. 7월 이후 오름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주에는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여름에는 수요가 줄어 값이 내려가는 게 보통인데 가파른 상승세가 식을 줄 모른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세가 강북으로 번진데 이어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재건축이 활발한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대치동 등에서는 한 달 만에 1억 원 이상씩 뛴 단지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서울 전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을 부동산 시장이 비웃는 듯하다. 최근 기업인 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진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4% 올라 6·19 대책 이후 최고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감정원 조사보다 시세에 민감한 부동산 114 조사에선 0.57% 오르며 올해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일부 인기 아파트 단지에서는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경쟁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머니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았다가 매수자가 나서면 그 자리에서 호가를 올리고 그래도 사겠다면 값을 다시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꺾이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꼽는다. 부동자금이 1천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을 좇아 강남의 재건축 시장으로 몰리면서 아파트값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서울에서 재건축 말고는 집을 지을 곳이 없어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지역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공급 부족도 아파트값 상승의 요인이다. 여기에 투기수요가 가세하고 '풍선효과'까지 이어지면서 강남 아파트값 상승이 강북으로,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최근 강남구 개포·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강동구 둔촌동 등 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에 단속반을 집중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6·19 대책 발표 때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필요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더 강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전면 금지되고 만기 3년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되는 등 14개의 강력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관가에서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8월 둘째 주부터 부동산 시장 추가 대책이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에는 부동산 시장과열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어정쩡한 대책을 내놓고 투기꾼들의 비웃음을 사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현재 시장과열의 원인이 실수요인지 아니면 투기수요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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