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퍼마켓 흉기난동범은 정신질환 무슬림
망명신청 거부 전력…두달 앞 총선에 영향미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독일 함부르크의 한 슈퍼마켓에서 흉기를 휘둘러 7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의 용의자는 정신질환을 가진 이슬람교도로 조사됐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아흐마드 A'라는 이름의 이 용의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태어난 26세 팔레스타인 남성이라고 밝혔다. 2015년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독일로 입국했다.
망명신청이 거부돼 국외 추방을 앞두고 있었지만 신원확인 서류가 없어 미뤄진 상태로 현재 난민수용소에 거주하고 있었다.
안디 그로테 함부르크 주(州) 내무장관은 "용의자는 이슬람교도로 알려졌지만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는 아니다"라며 "과격화 징후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테 장관은 "이슬람교도로서 범행 동기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용의자는 또한 '심리적 불안정'으로 고통받았다"고 강조했다.
용의자는 현재 체포된 상태로,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검찰 대변인은 전했다.
28일 슈퍼마켓에 들어선 그는 갑자기 고객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그는 범행 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아랍어 표현)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용의자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경계했다.
그는 "지하디스트의 이데올로기가 사실은 다른 동기로 유발된 범행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실제 동기는 가해자의 성격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희생자와 가족들에 위로의 뜻을 표하고 "폭력행위는 반드시 규명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독일 총선을 두달 앞둔 시점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4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지 주목된다.
사건 발발 직후 온라인과 정치권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으로 2015년부터 100만명에 가까운 난민과 이주자를 받아들였다.
작년 12월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를 벌인 아니스 암리도 독일에서 망명신청을 거부당하고서 본국으로 추방이 미뤄졌던 망명 신청자였다.
집권 기독민주당의 볼프강 보스바흐 의원은 서류 없이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신청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스바흐 의원은 "이 나라에 들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당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난민 정책뿐만 아니라 추방 관행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비판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일대안당은 9%의 지지율로, 9월 선거에서 2차대전 후 독일 의회에 입성한 첫 극우정당이 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합 지지율은 40%, 사회민주당은 24%로 조사됐다. 그러나 무슬림 관련 사건의 빈발은 난민 정책과 무슬림 테러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