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어떤 색이 맞을까…'색상 찾기' 실험 시작
문화재청, 28일 첫 촬영…가을에 2회 추가 실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무더운 날씨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린 지난 28일 오후 2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 앞에는 크레인 한 대가 서 있었다.
광화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현판으로 향했다. 광화문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현판이 아니라 바탕이 검은색인 현판이 걸렸다. 특이한 점은 빛 광(光) 자만 세 개가 새겨졌는데, 글자 색이 흰색과 어두운 금색, 밝은 금색으로 모두 달랐다.
광화문 앞 대로 건너편에 설치된 작은 천막 안에서는 현판 촬영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문화재청과 중앙대 산학협력단은 약 100년 전에 촬영된 흑백사진 속 현판 색상을 찾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수년간 이어진 광화문 현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난 2010년 광화문이 복원될 때 걸린 현판은 현재와 같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였다. 당시에도 색상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문화재청은 도쿄대의 1902년 유리건판 사진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1916년 유리건판 사진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893년 9월 이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사진이 발견되면서 논란은 다시 가열됐다. 이 사진을 보면 현판의 바탕색이 글자색보다 진해 검은색 바탕에 흰색이나 금색 글씨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화문 현판 색상을 검증하기 위해 준비된 실험용 현판은 모두 8개다. 현판의 색상 조합은 ▲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코발트색 글씨 ▲ 검은색 바탕에 흰색·금색·금박 글씨 ▲ 검은색 옻칠 바탕에 흰색·금색 글씨 ▲ 코발트색 바탕에 금색·금박 글씨 등 4개로 구성됐다.
여기에 새롭게 단청한 현판과 단청한 뒤 색이 바랜 것처럼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처리한 현판을 각각 하나씩 제작해 모두 8개가 완성됐다.
문화재청과 중앙대 산학협력단은 도쿄대 사진이 흐린 여름날에 촬영됐다는 점을 고려해 장맛비가 오는 날에 첫 실험을 진행했다.
중앙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도쿄대 사진을 보면 바닥이 흙인데 그림자가 없어서 햇빛이 없는 날에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은 9월 초,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사진은 11월 초를 전후한 시기의 화창한 날에 촬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사용했던 유리건판 필름을 재현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며 "광화문 현판 색상에 대한 가설은 이미 세웠는데, 실험으로 이를 검증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후 맑은 가을날에 두 차례 더 촬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고건축, 역사, 디지털, 단청, 서예, 사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자문회의와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거쳐 현판의 바탕색과 글자색을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새로운 광화문 현판은 글자를 새기는 각자(刻字) 작업까지 마쳤다"며 "신중하고 정확한 고증을 거쳐 현판 색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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