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지침, 5년만에 개정 추진…억제력 향상 기대
'현무-2C' 탄두중량 증대에 초점…北전역 '김정은 벙커' 파괴 가능
미사일 지침 1979년 처음 만들어져…180→300→800㎞로 사거리는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 양국이 5년 만에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미사일 능력이 어느 정도 더 신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사거리보다는 탄두중량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협상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현무-2C) 기준으로 현재 500㎏인 탄두중량을 1t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희망대로 향후 협상에서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기준으로 탄두 중량이 1t으로 늘리는 데 합의될 경우 우리 군의 대북 억제력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외교부와 국방부,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이 참여하는 협상 일정을 미측에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은 2012년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최대사거리는 800㎞로 늘렸다. 하지만 800㎞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을 넘지 않도록 제한돼 있는 상태다.
대신 사거리 500㎞ 미사일은 1t 탄두를, 300㎞ 미사일은 2t 탄두를 각각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사거리가 줄어들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미 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측과 개정 협상을 통해 800㎞ 미사일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린다면 500㎞ 미사일은 1.5t, 300㎞ 미사일은 2t 이상으로 각각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도에서 쏘아도 신의주까지 타격할 수 있는 800㎞ 미사일에 1t 중량의 폭탄을 탑재하면 자강도나 백두산 삼지연 등에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일명 '김정은 벙커'를 파괴할 수 있게 된다.
500㎏의 폭탄으로는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할 수 있지만, 1t 중량의 폭탄은 피해 범위가 지하 10∼20m까지 미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는 7천여 개 이상 지하 군사 시설이 구축되어 있고 부대 지휘부뿐 아니라 미사일, 전투기 등 핵심 장비도 이들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지하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탄도미사일 탄두부에 유도장치까지 달아 정밀도를 높이는 추세이기 때문에 1t의 탄두 중량을 갖춘 800㎞ 미사일에 유도장치까지 장착하면 유사시 어디에 숨어 있는 북한 전쟁지휘부라도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t의 탄두 중량을 갖춘 800㎞의 탄도미사일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춰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에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유사시 평양을 일정 크기의 구역으로 나눠 김정은 등 지휘부가 은닉할만한 장소를 골라 사거리 300㎞의 현무-2A와 500㎞의 현무-2B 등의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800㎞ 미사일은 평양을 벗어나 자강도와 삼지연 등 다른 곳에 숨어 있을 지휘부를 겨냥하는 데 주로 동원된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탄두 중량 500㎏과 1t의 차이는 파괴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면서 "800㎞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리면 300㎞, 500㎞ 미사일의 탄두 중량도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우리 정부가 일정한 성능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한 일종의 미사일 정책 선언이다.
이 지침은 박정희 정권 때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1979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과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 간의 서한 교환이 계기가 됐다.
당시 서한은 한국이 개발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80㎞로, 탄두 중량은 500㎏로 각각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미 양국은 이후 1995년부터 20여 차례 개정 협상을 진행하다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1998년) 등이 계기가 돼 2001년 처음으로 지침을 개정했다.
이 개정으로 당시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수준인 300㎞으로 상향됐다.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계속되고 정부의 강한 개정 의지가 맞물리면서 11년 만인 지난 2012년 지침을 다시 개정, 최대 사거리를 300→800㎞로 대폭 확대하되 탄두중량은 500㎏(800㎞ 미사일 기준)으로 제한하는 현행 미사일 지침이 이행돼 왔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