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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생활자' 신현림 시인이 혁명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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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생활자' 신현림 시인이 혁명하는 방법

다섯 번째 시집 '반지하 앨리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시인 신현림(56)이 다섯 번째 시집 '반지하 앨리스'(민음사)를 냈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는 토끼 굴에 들어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만난다. 반면 시인이 돈에 쫓겨 들어간 반지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다.

"서른 살에 고향을 탈출해 열여덟 번 이사 다녔어/ 집 한 채 세우는 꿈을 꿈으로 끝내야겠어/ 꿈 한 채 부서뜨리는 전세가, 번개 치며 오르는 물가/ 두 발을 말뚝 박을래 차라리/ 내 몸이 집이 될래 무덤이 될래" ('내 혼은 밤 고양이야' 부분)

스스로를 "생의 반이 다 묻힌 반지하 인생"('반지하 앨리스')으로 규정하는 시인이다. "온 힘을 다해 살아도 가난은 반복"되지만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가난의 힘')라고 말하는 목소리엔 절망과 희망이 절반씩 섞여 있다.

절반의 희망을 밑천 삼아 시인은 혁명을 예비한다. 고달픔의 원인 만큼이나 목표지점도 뚜렷하다. "가난한 아이들이 밥을 굶고 베이비 박스에서는 버려진 아이들이 울고" 있는데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한탕 치고 갈테니……"('내 마음은 혁명 중')라고 말하는 '윗물'들이 타도의 대상이다. 취한 채 인사동 입구에 쓰러져 있는 '7포 세대' 청년과 광화문광장의 촛불시민들은 잠재적 혁명동지다.

그러나 시인이 꿈꾸는 혁명은 핏자국 없는 영혼의 혁명이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미워함이 없이/ 무능력한 지도자를 바꾸고/ 한심한 정부의 부정한 돈은 빈민가에 놓아"('혁명을 꿈꾸는 사람')주는 세계를 시인은 꿈꾼다.

'윗물'이라고 '아랫물'을 찍어누르지 않고, 반지하 방은 "기중기로 들어 올려" 1층으로 끌어 올리는 세계다. 토끼 굴에 빠진 앨리스와 반지하 방의 앨리스가 만나 "서로 마음에 등불을 켜"('반지하 앨리스') 간다.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연작들은 서로 절망과 무력감을 벗겨주는 앨리스들의 혁명 전략으로 읽힌다.

"너는 단지 취했다/ 슬픈 그물에 걸려/ 잊고 싶고, 누군가 네 손을/ 잡아 주길 바랐다// 불운은 네가 일어나지 못할 때/ 우울한 골짜기에서/ 오는 손님이니/ 그만 일어나렴/ 이제 거친 바람은 견딜 만하고/ 눈물은 내일의 등불이 될 것이다" ('그만 일어나렴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2' 부분)

시인은 책 앞머리에 "내게 혁명은 나를 넘어 남의 숨결을 느끼고, 남을 나같이 여기는 연민과 나눔이다"라고 썼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시인은 다음달 1∼10일 갤러리 류가헌에서 시집과 같은 이름으로 사진전을 연다. 시집에도 시인이 찍은 사진이 몇 장 실렸다. 152쪽. 9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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