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고통 이겨내는 피겨 최다빈 "지켜봐 주세요"
올림픽 선발전 앞두고 어머니 별세…"힘든 시기, 잘 이겨내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17·수리고)은 지난 시즌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치러진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했고, 4월엔 한국 대표 선수로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김연아(은퇴) 이후 처음으로 총점 190점을 넘으며 종합 10위를 기록했다.
최다빈의 선전으로 한국 여자 피겨 싱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 2장을 획득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선전에 주변에선 '기적'이라 입을 모았다.
최다빈의 투혼 뒤엔 어머니, 고(故) 김정숙 씨의 사연이 숨어있었다.
7살 때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한 최다빈은 어머니의 응원과 뒷바라지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경기나 훈련이 있는 날이면 링크장 한구석엔 어머니가 자리를 잡고 응원했고, 최다빈은 이런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다.
어머니는 최다빈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한 동력이었다.
하늘이 최다빈에게 시련을 안긴 건 지난해 일이다.
故 김정숙 씨가 암 진단을 받은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최다빈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최다빈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어머니를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최다빈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어머니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실제로 최다빈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어머니의 병세가 좋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최다빈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자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셨다. 병세도 눈에 띄게 좋아졌었다"라고 돌아봤다.
최다빈은 홀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엄청난 부담과 긴장감을 이겨내고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그러나 하늘은 최다빈을 외면했다. 어머니는 최다빈이 평창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른 최다빈은 2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 공식 훈련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표정이 없기로 유명한 최다빈이지만, 이날 만큼은 얼굴이 더욱 무거웠다.
훈련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다빈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잘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조용히 말했다.
이어 "최근 부츠 상태가 안 좋아 훈련을 2주밖에 못했다"며 "(출전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후회가 될 것 같아 출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이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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