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학조사관 역량 키우는게 최대 숙제"
"결핵 발생률·사망률 OECD 1위…공중보건 역량 아직 취약"
(세종=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신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핵심 전문인력인 역학조사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2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내가 몸담은 직장에서 장이 됐다는 기쁨도 있지만, 그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온다"며 "조직 안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그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의학, 보건학, 예방의학을 공부하고 1998년 보건복지부 보건연구관으로 특채 입사한 정 본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오가며 전염병과 질병 정책·예방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질병예방센터장이었지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차출돼 사태 극복을 위해 애쓰면서 최장 시간의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차관급으로 격상된 뒤 두 번째 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현재 국장급인 긴급상황센터장에서 실장급을 건너뛰고 차관급에 오른 파격 인사로 화제에 올랐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발생 정보를 수집하고 국내로 유입될 위험성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취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고, 지금은 많이 보완됐다"며 "그것을 좀 더 과학적으로 예측, 분석하는 등 좀 더 체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 것은 역학조사 역량이었다. 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턱없이 부족했던 역학조사관 인력을 대폭 충원했고 현재 2년의 교육과정이 진행 중이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를 파악해 감염병 발생 장소를 일시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정 본부장은 "역학조사관이 가장 중요한 전문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의 학문적 역량, 현장 대응 역량을 잘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인 현실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뿐만 아니라, 시군구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등 나라 전체의 보건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결핵은 그 나라의 공중보건 역량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표현한다"며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OECD 1위라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공중보건 역량이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인정했다.
그는 "감염병 신고 감시체계와 진단은 물론, 9개월간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 관리, 접촉자 파악과 관리 등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모든 역량이 갖춰져야만 결핵을 퇴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우고 지역별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조직 강화에 대한 전망도 커지고 있다. 본부 역시 청으로의 독립과 시도 단위의 지방조직을 희망해왔다.
정 본부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두고 이야기하면 전문성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조직이 독립된다고 전문성이 커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전문성을 탄탄히 키우기 위해서는 인사권이나 예산권 등 조직 자체가 갖는 역량도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독립성이 전문성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전문성과 독립성은 뗄 수 없고 전문성이 우선이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한 독립성도 필요하다"며 "어떤 형태로 독립성을 확보하느냐는 정부 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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