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청산가리 오염' 논란에 개고기 판매 금지령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유명 휴양지 발리에서 유통되는 개고기 일부가 청산가리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국이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27일 코코넛 발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데 망쿠 파스티카 발리 주지사는 지난 25일 각 시·군에 발리 전역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파스티카 주지사는 공문에서 "발리 관광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개고기 판매를 금지한다"면서 "개고기는 검사 없이 유통되기에 위생적이지 않고 광견병이나 기타 치명적 위험을 퍼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더해 지역내 개고기 판매처와 유통 경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개고기를 먹거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주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라고도 지시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껏 개고기 유통을 금지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도축과 유통 관리 관련 규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개고기 섭취를 금지하는 이슬람 신앙이 주류인 인도네시아 여타 지역과 달리 인구의 90% 이상이 힌두교도인 발리에선 매년 7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발리에서 유통되는 개고기 일부가 청산가리 등 독극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호주 동물보호단체인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는 올해 초부터 몇 달간 잠입 조사를 벌인 결과 현지 식당에 개고기를 공급하는 갱 조직원들이 청산가리로 '개 사냥'을 벌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갱 조직원들은 개고기 물량이 부족해지면 골목길에 독이 든 먹이를 뿌리는 등 수법으로 개를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행태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사냥'된 개고기는 위생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개고기에 남은 청산가리가 인체에 흡수될 경우 구역질·설사·근육통증·호흡곤란 등 증상과 함께 조직 및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리에서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노점상은 보통 현지 방언으로 개고기를 뜻하는 'RW'란 글자가 쓰여 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관광객들이 개고기 사테(꼬치구이)를 사먹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일부 노점상들은 개고기를 닭고기 등으로 속여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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