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오 전 의장 "文정부 성패, 진영논리 극복에 달려"
한·터키 수교 60주년 행사서 '술탄과 황제' 저자로 기조 발표
"보수진영, 이대로 가다간 존재 무의미해져…철저히 죽어야 회생 가능"
(앙카라=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금 보수니 진보니 이런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한국은 '진영논리'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수명'이 언제 끝날지 몰라요."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국과 터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학술 교류행사 '아나톨리아 오디세이'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70)은 보수의 위기 타개책에 관한 질문에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그는 일정의 종착점인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이달 24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오스만왕조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다룬 인문서 '술탄과 황제' 저자로서 '역사의 새벽을 깨운 메흐메드2세'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표를 했다.
김 전 의장은 발표 이튿날인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사회 전반이 극심한 진영논리에 매몰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당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과 조직, 직능이 '어느 것이 더 정당하고 우리 사회에 이로운가'보다는 '어느 쪽이 우리편이냐'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이래서는 한국이 직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개탄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성공하려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정무직 인사를 보면서 새 정부가 그런 기대에 부응하나 싶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진영논리를 답습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도 "아직은 기대를 품고 있다"고 했다.
20여 년 몸담은 보수진영에 대해 "지금처럼 계속하다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패하고, 존재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내고 "철저히 죽어야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5선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인은 비위 혐의나 경쟁력 상실로 떠밀려 정치판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많다. 김 전 의장은 그러한 전례를 따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지역구에 뚜렷한 경쟁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전부터 저술가로서 제2의 인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서 "너무 늦기 전에 결단했다"고 2년 전 불출마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김 전 의장은 다음 책의 소재 후보로 1683년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빈 공성전'을 꼽았다. 또 전쟁사다.
"로맨스를 쓰기에는 나이도 있고, 무엇보다 경험이 일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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