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대기업 하이항(海航·HNA)그룹이 각국에서 잇딴 감시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미 당국의 퇴짜를 맞아 4억 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가 무산됐다.
2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HNA그룹이 미국의 기내 오락·인터넷 접속 서비스 사업자인 글로벌이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한 계약이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HNA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베이징시러항과기(北京喜樂航科技)를 통해 글로벌이글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4억1천600만 달러(약 4천665억 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피인수 회사인 글로벌이글엔터테인먼트는 25일 인수 계약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얻지 못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구다.
베이징시러항과기도 전날 중국 증권거래소에서 "중요한 자산 재편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지만 거래 상대방이 글로벌이글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번 계약이 무산된 것은 최근 잇따른 악재에 직면한 HNA그룹의 압박감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HNA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400억 달러가 넘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으나 중국 당국이 이에 제동을 걸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은 일부 M&A를 철저히 심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당국은 HNA가 연초에 합의한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인수 계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브리지는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설립한 헤지펀드다.
유럽중앙은행은 HNA그룹이 지분을 추가 인수해 도이체방크의 대주주로 부상한 과정에 문제점이 없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HNA는 지난 5월 도이체방크 지분을 기존 4.76%에서 9.9%로 늘리면서 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됐다.
중국 정부가 푸싱, 다롄완다그룹과 함께 HNA그룹의 공격적인 해외 M&A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당국의 돈줄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최근 HNA그룹과 거래하는 은행들 가운데 3개 은행이 잇따라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거래 중단을 결정했고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도 HNA그룹을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에 뒤이은 것이다.
HNA그룹의 수상한 지배구조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HNA그룹은 해외 도피 중인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지난 4월 "HNA가 중국 공산당 후원으로 성장했으며 왕치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회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척들이 HNA의 비공개 주주"라고 폭로하면서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