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아프리카 난민 청소년, 학대 피해 집 나와"
결핍·조혼 등 견디다 못해 떠돌이 생활…리비아에서 유럽행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럽에 온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대와 결핍, 조혼을 피해 집을 나온 뒤 리비아를 떠돌다 지중해를 건넌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니세프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도착한 15∼17세 청소년 850명을 인터뷰한 결과 75%가 혼자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유럽에 도착할 때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집을 나온 이유는 대부분 가정폭력과 학대, 결핍이었고 여자아이들은 5명 중 1명꼴로 조혼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애초 유럽에 올 계획이 없었지만, 리비아에서 인질로 잡혀 몸값을 뜯기거나 아무 이유 없이 구금과 고문을 당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뒤 지중해를 건너는 배에 오르게 됐다.
인터뷰 대상자의 절반이 리비아에서 '몸값 인질'로 잡힌 경험이 있었고 23%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옥에 갇혔다.
유니세프는 "유럽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미래를 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왔다가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낀 많은 난민 청소년들이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자녀를 둔 난민의 3분의 1이 교육문제 때문에 유럽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긴 행정 절차와 혼란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그리스에 정착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온 1만2천239명의 어린이 가운데 93%는 부모 없이 혼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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