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 제주 지하수 증산 마지막 문턱에서 또 보류
신관홍 의장 "의총서 '1일 취수량 30t 증량안' 상정 유보키로 의견 모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한진 계열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량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본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도의회는 25일 오후 제353회 임시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한국공항㈜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의총 직후 신관홍 도의회 의장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이번 회기에는 상정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의총에서 여러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 상정을 유보하기로 했다"며 "차기 또는 차차기 회기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은 지난 3월 31일 증가하는 항공승객 수요 충족을 위해 현재 1일 100t(월 3천t)인 지하수 취수량을 1일 150t(월 4천50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이 신청을 원안 가결했고,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심의에서는 논쟁 끝에 취수량을 1일 130t으로 늘리는 것으로 수정 가결하고 지하수 오염·고갈 방지 모니터링, 각종 지역사회 공헌사업 등을 부대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에서 증산에 반대하며 "찬성표를 던진 도의원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등 반발이 터져 나왔고, 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증산 동의안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취수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는 1993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한국공항에 1일 200t(월 6천75t)의 지하수 취수를 허가했다. 이후 실제 사용량을 근거로 1996년 1일 100t으로 감량해 현재까지 취수량을 이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항 측은 항공 수요 증가 등으로 먹는샘물 물량이 부족하다며 2011년부터 5차례에 걸쳐 증산 요구를 해왔다.
첫번째 시도는 2011년이다. 이때 지하수 취수 허가량을 1일 100t에서 300t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해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도의회 상임위에서 동의안을 부결했다.
같은 해 11월 한국공항은 취수 허가량을 1일 200t으로 늘려달라고 두번째 요청을 했지만, 이번에는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에서 무산됐다.
3번째 증산 요청은 2012년에 이뤄졌다. 당시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두 차례 동의안 심사를 보류하다가 이듬해 지역사회 공헌 등의 부대조건을 달고 1일 120t로 증량하는 것으로 동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그러나 박희수 당시 제주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동의안 상정을 보류했고, 9대 도의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동의안이 상정되지 않아 결국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에는 1일 200t로 4번째 증량 신청을 했으나 지하수관리위원회에서 부결됐고, 올해 다시 1일 150t로 증량 신청을 했지만 도의회 마지막 문턱에 걸렸다.
이처럼 한국공항의 증산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던 것은 지하수 증산 허용이 사기업에 의한 지하수 사유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지역사회 각계의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공항 측은 이날 오전 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하수 보전을 위한 제주특별법의 공수화 정신을 존중한다"며 지하수로 생산하는 제주퓨어워터는 항공승객 서비스 등에 쓰기 위한 것이며, 생수 시장에 뛰어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공항 측은 "항공승객 증가로 지금의 취수량으로는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1993년 처음 도의회 동의를 받을 당시 취수 허가량인 1일 200t은 한국공항의 기득권이다. 취수 허가량이 1일 200t으로 환원된다면 더는 증량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생수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제주퓨어워터 가격이 에비앙보다도 비싸며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사 먹는 사람이 한정돼있어서 시장이 급격히 늘어날 일이 없다. 대대적으로 팔아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기업이 시중 판매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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