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은 잔인한 국가폭력에 뭉쳤다"…5·18목격 선교사 기록
5·18재단, 마크 리퍼트 전 미국 대사 기증문서 분석·공개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한 미국 선교사의 일지가 37년 만에 공개됐다.
5·18기념재단은 5·18 당시 광주에서 작성된 '광주소요에 대한 체류자의 설명' 영문 일지를 25일 번역 발표했다.
일지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가 올해 1월 재단에 기증한 5·18 관련 기밀해제 문서에 포함됐다.
1980년 6월 5∼6일에 작성된 일지는 항쟁 상황을 5월부터 날짜별로 정리하면서 5·18이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 군인들이 물러간 광주에서 폭동이나 폭력사태가 없고 질서가 유지됐다는 사실, 공산주의자나 불순분자의 책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광주시민이 민주주의나 정치발전 등 거창한 구호보다는 잔인한 국가폭력 앞에 하나로 뭉쳐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공동체 투쟁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일지 마지막 부분에는 작성자의 5·18 평가가 다섯 가지로 요약됐는데 성숙한 시민 정신과 자제력, 결속력을 높이 샀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일지를 1980년 6월 10일 기밀전문으로 본국에 타전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본 보고서 중 가장 균형 잡힌 기록이자 분석"이라고 평가, 신중하게 다뤄주기를 요청했다.
일지를 작성한 미 선교사의 신원 정보는 기밀이 해제되지 않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재단은 신뢰할만한 지위에 있는 인사가 작성한 최초의 5·18 영문 기록이자 미 대사관이 공식적인 논평을 달아 카터 행정부에 제출한 첫 문건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해당 일지는 미 정부가 1997년 광주시에 제공한 기밀해제문서철에도 포함돼 있었으나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