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고리 공론화위, 성패는 '공정성 관리'에 달렸다
(서울=연합뉴스)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영구 중단 여부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국무조정실은 24일 공론화위 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위원에는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의 전문가 2명씩 모두 8명이 선정됐다. 이 위원장과 위원들은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곧바로 1차 회의를 했다. 이 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10월 21일까지 3개월이다. 이 기간 설문조사, 공청회·토론회 개최 등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시민배심원단도 구성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냈고, 퇴임 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질환 조정위원장과 서울 구의역 지하철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아 사회적 약자 편에서 많은 일을 했다. 위원 선정에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고, 여성과 30대를 3명씩 넣어 성별·연령대별 균형도 맞췄다고 한다. 또 찬반 대표 단체에 후보자 명단을 미리 주고 제척 의견을 받았다고 국무조정실은 강조했다. 원전 이해 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는 애초부터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신고리 원전 5·6기 공사의 영구 중단 문제에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공론화위 활동의 성패가 '공정성 관리'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중에 편향성 시비가 불거지면 어느 한쪽이 이탈할 수 있고, 그런 상태로 결론을 내면 더 큰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론화위가 정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에 대해 "정부는 공론화 지원 과정에서 어떠한 간섭도 없이 공정과 중립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최종적인 공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무회의에 보고해 그대로 정책으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원전이나 에너지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시민배심원단이 고도의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원전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다. 3개월이란 기한이 너무 촉박해 시민배심원단이 그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지난 14일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일시 중단을 의결하면서 기간을 '공론화위 출범 시점부터 3개월간'으로 정했다. 공론화위에서 기한 안에 결론을 못 내면 한수원 이사회의 공사 중단 의결도 효력을 잃게 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5월 말 현재 28.8%의 공정률을 보였다. 이미 들어간 공사 비용이 1조6천억 원에 달하고, 공사가 영구 중단될 경우에는 2조6천억 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내놓을 결론은 정부의 향후 탈원전 정책 방향을 가를 수 있다. 각계 여론을 충실히 수렴해 시민배심원단이 최대한 공정하게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게 공론화위의 최우선 임무다. 그러나 설문조사의 질문지 구성부터 토론회 조직, 패널 선정 등에 이르기까지 언제라도 공정성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 세심한 부분까지 주의력을 모아 그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현격한 공정성 훼손이 불거지면 공론화위의 완주가 어려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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