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인도 대통령, 의회 얕보는 모디 정부에 쓴소리
"긴급경제명령 남용말라"…논쟁·토론·반대 중요성 강조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25일 퇴임하는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부를 향해 의회의 반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긴급경제명령(ordinance)을 남용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했다.
24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무케르지 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열린 대통령 퇴임 기념 행사에서 "긴급경제명령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고 통화 문제 같은 것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의회의 반대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긴급경제명령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무케르지 대통령은 이어 의회에서 이뤄지는 '3D', 즉 "논쟁(Debate), 토론(Discussion), 반대(Dissent)"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케르지 대통령은 지난해 말 모디 총리가 화폐 개혁의 후속조치로 500루피·1천루피 구권화폐를 은행에 예치해 신권으로 교체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게 한 긴급경제명령을 발표한 것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라고 인도 언론은 해석했다.
모디 총리는 이 외에도 2015년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해 농지 취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토지수용법 개정안이 야당이 다수인 상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자 긴급경제명령으로 같은 내용을 한동안 시행하는 등 몇차례 긴급경제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무케르지 대통령은 다만 "모디 총리가 인도의 엄청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면서 "헌법을 수호하려는 나의 노력은 매 순간 모디 총리의 협력과 조언이라는 도움을 받았다"고 모디 총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소속으로 1969년 정치에 입문해 상원의원과 국방·외무·재무장관을 두루 역임한 무케르지 대통령은 2012년 INC 소속 만모한 싱 총리 재임 때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케르지 대통령 후임으로는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으로 상원의원과 비하르 주지사를 지낸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이 25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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