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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원전 폐기물 쌓이는데 영구 저장소 확보하지 못해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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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원전 폐기물 쌓이는데 영구 저장소 확보하지 못해 '시름'

원전건설 60년…정책 전환으로 폐쇄 원전·방사성 폐기물 급증

폴리티코 "기술장벽보다 주민 등 저항이 더 큰 난관…해결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이 급증하지만 이를 안전하게 처분할 영구 저장소를 실제 확보, 가동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어서 유럽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21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바람이 처음 분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나라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저장소를 가동 중인 곳이 없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용연한 만료가 다가오는 원전이 늘어나는 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독일 등 유럽국가들의 원전 중단이나 축소 정책으로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에서만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129기 가운데 2025년까지 50기의 가동이 중단돼 안전한 폐로와 원전 해체, 폐기물 관리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된다.

현재 원전 등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은 일종의 임시(또는 중간) 저장소에 보관되고 있다. 수십 년 이상 이곳에 보관하다 영구 저장소가 완공되면 옮긴다는 정책을 각국이 펴고 있다. 그러나 임시 저장소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주민 반대도 심하다.

폴리티코는 이런 임시 저장 정책은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결국 영구 저장소를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시급하고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지난 13일 오스트리아 등 6개국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며 제재를 경고하고 이행 계획 보고를 지시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섰다. 당초 2015년 8월까지로 예정됐던 EU 회원국 방폐물 관리 프로그램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영구 저장소는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을 지질구조를 지닌 지역의 지하 수백m 이상 깊은 곳에, 부식과 충격 등에도 견딜 수 있고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의 공격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만년에서 수십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시설을 짓는 일은 쉽지 않다.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나 '근원적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직 영구 저장소가 가동되는 곳은 없다. 핀란드만 현재 짓는 영구 저장소를 10년 안에 완공,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가동되면 세계 최초의 방폐물 영구 저장소 운영 기록을 세우게 된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북동부 작은 마을 뷔르의 지하 500m에 고준위 폐기물 영구 저장소를 짓고 있다. 이곳에선 재활용을 포함한 관련 기술과 안전대책의 실험·개발 등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뷔르 저장소 건설에 대한 주민과 반핵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정부와 원전 폐기물 처리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런 상황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영구 저장소 건설과 관련한 가장 큰 난관은 기술적인 장벽보다는 정치적 저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일 '고어레벤 사례'에 비춰볼 때 프랑스 뷔르에 실제 저장소가 완공, 가동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고어레벤은 옛 동서독 접경지역 작은 마을로 1977년 고준위 폐기물 최종매립장으로 선정됐으나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저항, 시민 반대가 거세지면서 이 계획이 철회됐다.

독일 정부는 이후 학계, 시민사회, 정치인 등 각계 대표로 구성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방폐장 선정 문제 해결을 추진 중이지만 실제 선정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어느 지역도 선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다, 후보지로 선정되면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항의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하는 등 저항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 방폐물 영구 저장소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일은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가름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의 원전 정책 책임자인 슈테판 카니츠 의원은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출되면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하고 그래서 어느 지역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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