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축소, 시대에 역행" 반발 잇따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의회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는 축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노동당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은 21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역행하는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축소 방침을 규탄한다"며 "특별법 개정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정당은 "촛불항쟁 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확산하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해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비롯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 의원을 축소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정치세력, 전문가, 사회적 소수자의 의회 진출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공직선거법에는 비례대표 의원 정수가 10%지만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서 20% 이상으로 규정한 것인데, 이런 특권조차 포기하면서 특별자치도를 완성한다는 건 정치적 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수개월에 걸쳐 확정한 권고안을 일순간에 무력화한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는 최소한 선거구획정위 권고안에 따라 치러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제주도당도 성명을 통해 "비례대표를 축소하겠다는 결정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몰상식한 폭거"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도당은 "인구 증가로 인해 생긴 문제인 만큼 분구와 지역구 신설 문제는 도의원 정원 확대로 해결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조직권 특례 규정을 공약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은 정치적 거래를 통해 쉬운 방법을 찾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연대회의는 "제주 인구가 급팽창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축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도민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고 특별자치도다운 정치개혁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도 "소선거구 중심의 선거제도는 민의를 왜곡하고 책임정치, 정책정치를 실종시킨다"며 "민의를 반영하는 선진 정치, 특별자치도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대표 축소가 아닌 확대"라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월 도의원 정수를 현행 41명에서 43명으로 2명 늘리는 내용을 담은 2018년 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확정, 도의회와 도에 제출했다.
이후 도, 도의회,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를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가 지난 12∼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비례대표 축소' 응답률이 '교육의원제도 폐지'와 '도의원 정수 증원' 응답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비례대표 의원 수를 현재 7명 이상에서 4명 이상으로 조정하고, 최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제6선거구와 제9선거구를 각각 2개 선거구로 나눠 도의원 선거 지역구를 현재 29개에서 31개로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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