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평가 시장 개방 '채비'…AAA등급 남발 줄어들까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이달 초 홍콩과의 채권퉁(通) 개통에 이어 결국 신용평가 시장도 개방에 나섰다.
20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액 외국계 자본인 신용평가기관이 중국에서 신용등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키로 하고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준비 중이다.
이는 미국과 7월 16일 이전에 신용평가 시장을 개방키로 '100일 계획'에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중국 인민은행은 앞서 공고를 통해 중국 내 외국 신평사가 은행 간 채권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신청 등록 절차와 관리 규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무디스와 피치는 중국 신평사들과의 합자회사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신용평가 회사를 운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일 홍콩을 통한 중국 채권 투자를 허용한 채권퉁 개통에도 중국 내 채권 등급에 대한 불신과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중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특히 중국 신평사들이 기업들에 지나치게 높은 평가등급을 남발하는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중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국 회사채의 등급이 불합리하게 높이 책정되고 중국 신평사의 등급조정 체계가 심각하게 낙후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신평사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1천500개사 가운데 39%의 회사채가 최고 AAA 등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 투자기관은 반드시 별도의 현지실사 작업을 거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그간 중국 신용평가기관의 관시(關係)를 이용해 높은 등급을 받고 있던 중국 기업은 신용평가시장 개방에 따라 앞으로 회사채 발행이나 자금대출 과정에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보세라(博時) 펀드의 선전 애널리스트 천즈신(陳志新)은 "외국계 신용평가기관이 국외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등급을 매긴다면 현지 중국 평가기관이 책정한 등급과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원가를 낮추기를 바라는 중국 기업들에 의해 외국계 평가기관이 배척을 받으면 사업확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피치 등 3대 국제 신평사는 아직 중국 현지 채권에 대해 신용평가를 하지 않고 있지만, 역외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왔다.
이들 3대 신평사는 역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중국 기업에 한 번도 최우량 등급을 부여하지 않았다.
중국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서구 기준으로 중국 특유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재단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이에 맞서 다궁(大公)·청신(誠信)·롄허(聯合) 등 중국 토종 신평사들을 집중 육성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중국 기업들에 대해 최우량 신용등급을 남발하며 신뢰도 의문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당국의 시장 개방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궁 신용평가공사는 앞으로 기업들에 매일 재무정보 데이터를 제출토록 해 신용등급에 대한 투명도를 제고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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