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軍위안부 영화'귀향' 첫 상영…한국인 피해 알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한국에서 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화 '귀향'이 대만에서 처음으로 극장 상영이 이뤄진다.
대만 위안부 박물관 '할머니의 집'은 오는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한국 영화 귀향 등을 초청해 '국제 위안부 인권 영상전'을 내달 3∼13일까지 연다고 20일 밝혔다.
영상전에는 귀향 외에도 길원옥 할머니 등 세 나라 위안부 할머니의 인생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어폴로지', 대만의 군 위안부 피해자 영화 '갈대의 노래'(蘆葦之歌) 등 6편도 상영된다.
지난해 2월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귀향은 이번 영상전을 통해 대만에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상영된다. 대만에서는 그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초대작 가운데 귀향만 유일하게 4일과 13일 두차례에 걸쳐 타이베이 중산(中山) 지하철역 근처 광뎬타이베이(光電臺北) 극장과 '할머니의 집'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귀향 제작자인 조정래 감독과 노영완 조감독은 주최 측 초청을 받아 내달 5일 제작 관련 좌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캉수화(康淑華) 대만 할머니의 집 관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귀향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영화"라며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대만에 첫 선을 보이는 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 할머니의 집은 대구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할머니의 집에서는 희움에서 제작된 팔찌와 손수건 등의 기념품을 판매하며 한국의 위안부 피해사실도 알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한국의 김정순 할머니가 1991년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한 것에 힘입어 이듬해인 1992년 3월 위안부 대책위원회를 설립, 피해자 접수를 시작했다.
대만인 위안부 피해자는 2천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식 부족과 문화 차이로 인해 피해자 접수에 나선 이는 58명에 불과했다.
캉 관장은 한국인 피해자 한 명도 58명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대만 위안소에서 생활하다가 전쟁이 끝난 뒤 대만에 정착해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만 위안부 피해자 관련 첫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모습을 감췄으며 현재는 사망한 상태라고 캉 관장은 전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한국인 할머니를 포함해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검은 장막 뒤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지금까지 대만 위안소 생활을 한 한국인 피해자는 대만 북부 신주(新竹) 공군기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한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2명으로 알려져 있다.
캉 관장은 "대만 위안부 피해자들은 가난한 가정 형편에 일본 군인의 간호보조, 군 위문 및 사기 진작, 허드렛일 등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위안소에 끌려가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 피해자 대부분이 매매혼을 통해 '퉁양시'(童養媤·민며느리)가 됐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
캉 관장은 "대만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대만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꺼내면 다소 차가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마잉주(馬英九) 정부와는 달리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려 애쓰는 현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일본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터여서 위안부 문제를 선뜻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잉주 총통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 문제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외교부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캉 관장은 이에 대해 "외교부 발표 후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평생을 겪어온 고통에 대한 '배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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