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시리아 반군 지원 프로그램 폐지…"친 러시아 행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시리아 반군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 한달 전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회동한 뒤 그간 비밀리에 가동되던 이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3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아사드 정권 전복을 목적으로 시리아 내 반군을 훈련하고 무기를 지원했다.
불과 석달 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며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미국이 이처럼 시리아 반군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은 러시아와의 공조를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남부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며 휴전에 관한 추가 협상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미 정부가 아사드 대통령을 정권에서 축출하려는 의도가 크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는 게 미 정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들은 전·현직 관계자들은 "푸틴이 시리아에서 승리했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급진주의 단체들이 더욱 힘을 얻고,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찰스 리스터 중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함정에 빠졌다"며 "온건한 반군 단체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리가 그들의 목을 끊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군 지원 중단 결정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소멸되면 시리아와 앙숙인 터키나 페르시아 걸프 지역의 다른 강대국이 시리아 내 급진주의적 단체에 무기를 공급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5년 시리아에 파병한 이후 이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미 정부가 현실을 수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를 지낸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안보프로그램 담당자는 "현실을 인정한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반군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2015년 러시아는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했으며 이에 일부 정부 관리들이 시리아 반군에 성능이 나은 대공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안을 냈지만 러시아와의 분쟁을 우려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
골든버그는 그러나 "반군은 우리가 완전히 버릴 수 없으며 만약 이들에 대한 지원을 모두 중단한다면 이건 전략적으로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는 몇 개월의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그동안 여기에 투입된 자원 일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나 시리아 반군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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