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전면 금지' 칠레서 상원, 제한적 허용법안 가결
성폭행, 임신부 생명위험, 사산 가능성 때 허용…하원 표결·대통령 재가 남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칠레에서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할 때 등 제한적인 경우에 한 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엘 메르쿠리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칠레 상원은 장시간 논쟁 끝에 이날 새벽 표결을 거쳐 3가지 제한적인 상황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상원이 가결한 제한적인 사례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태아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때 등이다.
상원은 사례별로 표결을 나눠 진행했다. 성폭행에 의한 임신은 찬성 18 대 반대 16표로, 산모의 생명 위태는 찬성 20표 대 반대 14표, 태아의 사산은 찬성 18대 반대 14표로 모두 가결됐다.
표결은 원래 전날 밤에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낙태 허용 반대론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고함을 치면서 절차를 격렬히 방해하는 바람에 지연을 거듭하다가 경찰이 반대론자들을 진압한 뒤에서야 이뤄졌다.
칠레는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몰타, 니카라과, 로마 교황청과 함께 어떤 경우를 불문하고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1989년 이전까지 50년 넘게 임신부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태아가 숨졌을 때에만 낙태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말기에 낙태가 전면 금지됐다. 현행 낙태법은 불법 낙태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의 제한적 허용은 소아과 의사 출신인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2015년 1월 3가지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가톨릭 교계와 보수단체가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3가지 경우에 한 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에 찬성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가결된 이후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는 지지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지지자들은 하원이 법안을 수정 없이 신속히 의결하고 최종 재가권을 가진 바첼레트 대통령에게 이관할 것을 기대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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