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에 희망 주겠다"…자전 소설 '면객' 펴낸 조호걸 씨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실패한 사업가, 성공한 자영업자로 변신을 거듭한 '중국집 사장님'이 커다란 중식 팬에 짜장 대신 환갑의 세월 다난했던 이야기들을 맛있게 볶아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조호걸(60)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 중인 가게 이름을 그대로 딴 소설을 출판했다.
조 씨가 '글쟁이'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시기는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룽지 생면으로 특허도 받고 각종 매체에 맛집으로 수차례 소개될 정도로 잘 나가던 중국집 사장님이던 그는 당시 신문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7명꼴로 폐업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 자영업을 꿈꾸는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평소 틈만 나면 책을 사모으거나 도서관에 갈 정도로 다독가이던 그였으나 막상 직접 책을 쓰려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
김홍신의 '인간시장', 시드니 샐던의 '모레' 같은 소설을 '내 인생의 책'으로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으나 집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전적 이야기에 허구를 곁들이고 싶었던 그에게 순수 픽션은 오히려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오히려 제프 헨더슨이라는 미국 요리사의 자서전 '나는 희망이다' 같은 논픽션이 등대 역할을 했다.
하루 24시간 중 17시간을 가게에서 보내느라 집필을 위한 짬을 낼 여유도 없었다.
반죽을 치거나 짜장을 볶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줄거리를 고심하고 문장을 다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리된 내용은 틈틈이 노트에 옮겨적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어느새 원고지 1천300매 분량의 책 한 권이 완성됐다.
주인공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 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뒤, 절치부심한 끝에 성공한 자영업자가 된다는 내용은 상당 부분 자신의 삶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출판'이라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주 출판단지와 서울에 연고를 둔 출판사 15곳에 원고를 보냈지만 모조리 거절당했다. 이중 10곳으로부터는 답장조차 받지 못했다.
출판사를 수소문하던 그는 대구에 있는 '두엄'이라는 출판사를 우연히 알게 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고를 보냈다.
다행히 소설 취지에 공감한 출판사는 초판 1천 부 중 400부를 조 씨가 구매하는 조건으로 책을 출판했다.
그렇게 힘겹게 빛을 본 그의 책은 현재까지 약 50부 팔리는 데 그쳤으나 그는 여기서 기죽지 않고 벌써 다음 소설 구상에 들어갔다.
조 씨는 "나 혼자 먹고사는 것은 전혀 문제없으나 노하우나 경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성공 여부와 별개로 소설을 썼다"며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최고의 방법은 소설이라 여전히 굳게 믿어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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