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강행' 베네수엘라 내우외환…야권·美 '쌍끌이 압박'
야권, 대안정부·지역위원회 수립 추진…미, 고위인사 제재·석유 수입중단 등 관측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개헌을 놓고 야권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19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을 명목으로 이달 30일 실시할 예정인 제헌의회 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결전의 날' 캠페인을 개시한다.
캠페인은 대안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전국에 2천 개의 지역위원회를 수립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지역위원회는 반정부 시위를 지원하는 풀뿌리 조직 기능을 담당한다.
먼저 20일에는 24시간 전국 총파업을 벌인다. 베네수엘라 최대 상공회의소는 AP 통신에 회원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권은 21일에 새로운 13명의 대법관도 제청할 계획이다. 2015년 총선을 통해 의회를 장악한 야권은 친정부 성향이 강한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 교체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야권이 제청한 새 대법관들은 법적인 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의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도 개헌강행 방침을 밝힌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의 개별국가와 유럽연합(EU)은 마두로 정권의 개헌강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두로 정권을 향해 "개헌의회 투표를 강행하면 미국은 강력하고 신속한 경제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선 등을 요구하는 우파 야권을 대신해 미국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은 모든 제재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제재 방안으로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이나 사회당의 제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등 마두로 정권의 일부 고위인사들을 겨냥한 제재를 비롯해 최악의 경우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마두로 정권 고위인사들에 대한 개인 제재는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제재 대상자들과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 등을 포함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최악에는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한다면 가뜩이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돈줄을 차단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 등을 감수해야 하므로 미국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에 3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출한다. 하루 수출 물량은 78만 배럴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예정대로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헌강행 중단 경고를 일축하고 양국 간 관계 변화를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주의 맹방인 쿠바와 볼리비아 등 일부 남미 좌파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개헌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을 노리고 베네수엘라인들의 지배를 위해 교묘히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방침은 경제적인 음모의 일환"이라면서 "그(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주 수입원이 석유 수출인 데다 쿠바에 석유를 저가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통제하게 된다면 베네수엘라 정권은 물론 쿠바 정권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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