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제돌아" 고향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금등·대포
제주서 야생적응 훈련 마쳐…19∼20년 만에 방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금등이(25∼26세·수컷)와 대포(23∼24세·수컷)가 18일 제주 함덕 앞바다에 방류돼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제주 연안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공연에 동원된 지 각각 19∼20년 만이다.
이로써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생방류 결정과 국내 첫 돌고래 소송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던 제돌·춘삼·삼팔·복순·태산이 등 남방큰돌고래 5마리의 방류에 이어 서울대공원에 남아있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는 모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이날 오후 방류 행사는 해양수산부와 서울시, 제주도, 해양환경공단,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지역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단한 경과보고, 축사, 해수부장관 표창 전달, 방류, 방류기념 표지석 제막식 순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간헐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4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앞서 이뤄진 두 차례의 방류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7월 18일은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자연 방류된 바로 그 날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뒤 같은 날에 또 다른 돌고래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셈이 됐다.
본격적인 방류 작업이 시작되자 방류팀은 우선 돌고래들에게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생선을 던져 주며 충분한 먹이를 공급했다.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로 내려오면서 금등이와 대포의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숫자 6, 7이란 동결표식도 2개월간의 자연적응훈련이 이뤄지는 동안 또렷하게 드러났다.
곧이어 가두리의 수중 그물이 열리며 복순이와 태산이는 남방큰돌고래 친구들이 기다리는 청정해역을 향해 힘차게 유영해 나가면서 방류행사는 마무리됐다.
돌고래 방류 후에는 '금등·대포 고향바다의 품으로'라고 쓴 '방류기념 표지석' 제막식을 개최, 금등이와 대포의 방류를 축하했다.
4년 전 방류된 제돌이와 춘삼이의 방류 행사에는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라 적힌 표지석이 김녕항 일대에 세워졌다.
금등이는 1998년 제주 한경면 금등리에서, 대포는 1997년 제주 중문 대포동 앞바다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제주의 한 공연업체에서 공연에 동원되다가 1999년(당시 7∼8세)과 2002년(당시 8∼9세) 각각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반입됐다. '금등', '대포'란 이름도 붙잡힌 지명의 이름이 붙여졌다.
오랫동안 쇼에 동원되던 금등이와 대포는 두 달 전 제주로 내려와 20년간 잃어버린 야생성을 키우기 위한 자연적응훈련을 했다.
금등이와 대포는 적응 훈련 초기 고등어·오징어·광어 등 살아있는 다양한 어종이 제공되자 다소 사냥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강한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여유롭게 활어를 잡아먹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훈련을 거듭하면서 수의사와 연구자 등이 다가갈 때도 최소한의 관심만 보이면서 점차 사람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됐다.
남방큰돌고래의 방류사업은 2013년 제돌·삼팔·춘삼이, 2015년 태산·복순이 등에 이어 세 번째 이뤄졌다.
행사에 참석한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은 기념사를 통해 "이번 방류를 결정해 준 서울시를 비롯해 이들의 안전한 귀향을 위해 마음을 모아준 동물보호단체, 제주지역 어촌계 등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남방큰돌고래와 같은 해양보호생물들이 안전한 서식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전·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팀장은 "정부, 지자체, 동물보호단체, 연구기관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되던 돌고래 7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냈다는 사실은 아시아와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로 의미가 있다"며 "금등이 대포도 앞서 방류된 돌고래들처럼 야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는 돌고래 방류에 앞서 환영기자회견을 열어 금등이와 대포의 귀향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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