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증명 없다" 30여년 만에 재심서 간첩 누명 벗어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간첩으로 내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70대 노인이 재심을 청구해 30여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제갈창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강모(76)씨의 재심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주가 고향인 강씨는 1962년 일본으로 밀항해 17년을 지내다 1979년 7월 귀향했다. 그해 8월 제주경찰은 강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강씨는 65일간 구금돼 각종 가혹행위를 받은 후 풀려났지만, 검찰은 강씨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5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며 1986년 강씨를 영장도 없이 체포했다.
당시 검찰은 강씨가 북한과 조총련 지시를 받아 국내 정보를 수집·제공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강씨는 1986년 5월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이어 항소마저 기각됐다.
2013년 4월 강씨는 허위진술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8월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
재판과정에서 강씨는 "수사기관의 고문과 불법 구금 등 가혹행위에 못 이겨 거짓으로 진술했다"며 간첩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안부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 등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 검찰에서도 임의성 없는 진술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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