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언제 복구가 될까"…수마로 실의에 빠진 천안주민
공장으로 밀려든 토사·나무토막, 자갈밭으로 변한 인삼밭은 손도 못써
군장병·공무원 등 1천900명 투입해 응급복구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언제 이 많은 흙더미와 나무토막을 치우고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18일 오전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8리에 사는 김선미(57·여)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공장 안을 바라봤다.
병천면은 지난 16일 200여㎜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충남에서 가장 큰 수해를 당한 지역이다.
김씨는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면서 죽을 고비를 맞았는데, 천운으로 나무를 붙잡아 살아남았다"며 "이제 공장을 복구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이곳에서 축산기계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공장 안 곳곳에는 인접한 야산에서 산사태로 흘러든 토사와 바위, 뿌리째 뽑힌 소나무 등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널브러져 있었다. 승합차 1대도 진흙에 바퀴가 반쯤 빠져 오도 가도 못하고 처박혀 있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공장 가동이 시급한데, 복구할 일손이 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곳에서 위쪽으로 1㎞ 떨어진 광기천 변에서 만난 허경선(55)씨도 팔짱만 낀 채 물끄러미 폐허가 된 인삼밭을 바라봤다.
하천이 내리는 비를 소화하지 못하고 넘치면서 토사가 인삼밭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다.
허씨는 "토사가 인삼밭으로 밀려들어 애써 키운 3년생 인삼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울먹였다.
이 지역에는 지난 16일 자정부터 오후 1시까지 253㎜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고 74㎜가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병천면 일대 하천 변 도로와 농경지, 주택 등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피해 주민들은 모래밭으로 변한 인삼밭, 집 마당과 창고에 들이닥친 흙탕물· 돌무더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어난 개울에 휩쓸린 농작물도 올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 지역에 대한 수해복구작업은 17일에 이어 이틀째 진행됐다.
육군 32사단 장병들은 이날 오전 토사유출 현장에 투입돼 복구작업을 펼쳤다.
하천에는 대형 굴착기 3∼4대가 투입돼 밀려든 토사를 연신 걷어냈고, 흙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무너진 곳을 메우며 분주히 오갔다.
이날 투입된 수해복구 인력은 군 장병 1천70명과 공무원 500명 등 모두 1천900여명에 이른다.
굴착기 44대와 덤프트럭 20대 등도 유실된 도로 및 무너진 둑 복구에 동원됐다.
성남·입장·북·동면 등 8곳의 산사태 현장도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응급복구가 공공시설에 몰리다 보니 주택과 상가 침수, 유실된 농경지 복구 등 사유시설에 대한 복구는 당분간 어려울 보인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민·군·관이 힘을 합쳐 수해 응급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 수재민들이 이른 시일 안에 삶의 터전을 되찾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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