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보다는 맛집이 좋아"…日 '편안한 캐주얼 접대'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거품경제가 붕괴한 지 사반세기가 지나면서 일본의 접대문화에도 거품이 빠지고 있다.
고급 요정이나 레스토랑에서 흥청망청 이뤄지던 호화접대 대신에 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점에서 편안하게 접대하는 '캐주얼 접대'가 확산 중이다.
18일 경제전문 주간 다이아몬드 최신호에 따르면 일본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접대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예산범위 내라면 고급 음식점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평범한 회전초밥집, 비어가든, 메밀소바집 등 평소 가볍게, 싸게 이용하는 가게에서 편안하게 접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과거에는 접대받는 쪽에서 "나를 싸구려 취급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호화접대에 익숙한 거품경제시대 비즈니스맨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 인식이 바뀐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들었다.
첫 번째는 거품붕괴 이후 비즈니스맨 사이에서도 "어찌 됐든 비싼 식당이라면 상대가 즐거워한다"는 의식에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점포를 선호하는 상대도 여전히 있지만 "사이가 좋은 거래처는 싸더라도 아주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경우 더 기뻐한다. 상대도 가볍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조건 비싼 것보다는 상대가 선호하는 음식을 사전에 파악해 접대하는 문화도 뚜렷해졌다.
두 번째 이유로는 거품경제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비즈니스맨이 늘며 과잉 접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특히 거품경제를 알지 못하는 정보기술(IT)경영자들은 합리성을 내세운다.
한 대형 종합상사 사원은 "과도하게 접대하게 되면 거꾸로 상대가 경계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싫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소개할 정도로 젊은 비즈니스맨이나 IT기업 경영자 의식이 변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업이나 업계의 자율 규제에 의한 것이다. 역시 과잉 접대를 통한 수주나 거래처 확대에 대해 세상사람들의 눈이 차갑기 때문이다. 돈 쓰고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약업계에 의한 의사 접대 규제다. 과거엔 호화접대가 많았지만 2012년 4월 이후 의약품 정보제공을 동반한 음식제공은 1인당 5천엔으로 제한되면서 고액 접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네 번째로는 조금이라도 신규 고객을 더 유치하고 싶어하는 외식업계 측의 노력이 꼽혔다. 외식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좀 더 싸고, 좀 더 품위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경쟁이 심한 회전초밥집의 경우 주변에 대기업 사무실이 많이 있으면 합리적 가격에 지역술이나 고급 위스키, 와인 등을 마음껏 마시는 상품을 개발해 접대수요를 개척한다.
거품붕괴 전 일본에서 호화접대 문화는 일반적이었다. 현재도 '무엇보다 호화로운 가게의 요리가 좋다'는 비즈니스맨도 있기는 하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접대 의식도 다양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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