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 유치 주춤…수도권 규제 '발목'
한은 "국내 대기업 역차별이 외자 유치 부진 악순환 유발"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2003년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최근 몇 년 새 외국인투자 유치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송도국제도시를 주축으로 한 양호한 투자 유치와 개발사업 추진으로 10여 년간 국내 다른 7개 경제자유구역의 롤 모델을 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난 2∼3년 사이에 눈에 띄게 정체된 모습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도착기준)는 2003∼2009년 연평균 1억1천만 달러였지만, 2010∼2014년에는 연평균 5억6천만 달러로 껑충 뛰어 경제특구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FDI 유치금액은 2014년 12억8천300만 달러를 정점으로 2015년 4억700만 달러, 지난해 4억1천만 달러, 올해 상반기 5천700만 달러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빠르게 개발되는 송도국제도시 역시 글로벌비즈니스 중심도시, 세계적 첨단지식기반산업, 물류·관광 거점 등의 역할을 맡을 글로벌 기업 유치가 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을 국내 법제에 따른 구조적 한계에서 찾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특별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한 강력한 수도권 규제에 묶인 탓에 국내 기업의 입주가 어렵고 이는 결국 외국인투자 유치 부진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이어서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도 총 허용량 안에서 제한하는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는다.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송도국제도시에서 앵커 역할을 할 국내 대기업 입주가 어려워 산업 집적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이는 또다시 외자 유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주도 개발 방식으로 인해 기반시설 확충이 지연되고 경제자유구역에 걸맞은 세계적인 연구·개발 혁신클러스터 조성과 지역인재 양성 노력이 미흡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은 인천본부 관계자는 19일 "미래 신성장 첨단지식산업의 경우 외투 기업 유치를 위해선 해당 산업의 집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경제자유구역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먼저 입주해 앵커시설 역할을 함으로써 집적화 효과(Cluster effect)를 기대하는 외투 기업 유치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 분야에 특화한 송도국제도시에 해당 업종의 국내외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입주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 완화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자유구역 개발전략과 지원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자 유치를 촉진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이달 들어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국·공유재산 임대·매각 수의계약에서 외국인투자 최소 비율을 현행 10%로 유지해 상향 조정 움직임에 선을 긋고, 6개월 이상 임대되지 않은 외국인전용 임대주택에 한해 개발사업자가 분양 전환할 수 있게 했다.
민 의원은 "경기 침체 속에 세계 각국이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진입장벽을 높이기보다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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