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된 대박 꿈…성남시, '남한산성 인삼닭죽' 판매 중단
가격경쟁력 떨어지고 소비자 기호 변해…위탁생산 한계 직면
2008년 11월 이후 누적판매량 18만7천개·매출액 3억4천만원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성남시는 지난 2008년 말 지자체로는 이례적으로 닭죽 제품을 선보였다.
관내 남한산성 주변 닭죽촌에서 판매되는 닭죽이 인기를 얻자 그 맛을 재현한 즉석식품(캔)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정식 출시에 앞서 시장조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분당의 한 백화점과 시청 매점에서 시범 판매된 이 제품은 4개월간 8천개가 팔릴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박' 예감에 들뜬 성남시는 2008년 11월 28일 '성남 남한산성 인삼닭죽'을 정식 출시했다.
시판 초기 285g들이 한 캔에 2천600원씩 분당구 서현동 애경플라자(현 AK플라자)를 비롯한 성남지역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된 이 닭죽 제품은 2010년에 월평균 4천101개가 팔리기도 했다.
성남시는 그러나 최근 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승장구할 것 같기만 하던 이 제품은 판매 3년 차에 접어든 2011년 2월 2천442개, 2012년 3월 2천145개, 2013년 6월 1천405개, 2015년 5월 2천143개, 지난해 7월 1천630개 등 월평균 1천∼2천개 판매되는데 그치며 좀처럼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닭죽은 판매를 중단한 지난달 말까지 서현동 AK플라자, 구미동 농협 하나로마트, 여수동 시청 매점, 탄천종합운동장 매점에서 한 개(1인분 285g)에 2천350∼2천600원씩 판매됐다.
그동안 총 18만7천726개를 팔아 누적 매출액은 3억4천340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시가 손에 쥔 순익은 위탁 생산업체에 주는 비용과 부가가치세를 제하고 나면 개당 200원에 불과해 누적 수익은 미미한 정도다.
판매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시는 소비자 기호의 변화와 위탁생산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그동안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많이 쏟아져 나온 데다 생산시설을 갖춘 다른 제조사 제품은 2천원 내외로 판매돼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고 소비자 기호도 변해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닭죽을 시장에 내놓을 당시 시는 한국식품연구원의 표준 요리법에 따라 국내산 닭과 쌀, 금산 인삼을 재료로 만들어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고 남한산성 닭죽 맛을 재현했다고 홍보했지만, 급변하는 소비자들 기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18일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향토음식인 남한산성 닭죽을 알리려고 시작한 사업"이라며 "판매 부진이 이어져도 시가 개발한 유일한 브랜드 음식이라는 상징성도 있어 계속해서 이 사업을 끌고 왔는데, 더는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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