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수입으로 복지시설 인수' 입주자대표 횡령죄 확정
대법 "아파트 임대 수입은 장기수선충당금…다른 용도로 사용 불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아파트 내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장 등 복지시설 운영자에게 받아 모아놓은 임대 수입을 이 시설을 인수하는 데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파트의 부대시설 임대 수입은 노후화한 엘리베이터 등 설비를 수선하는 데 써야 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이므로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주택법은 임대 수입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쌓도록 하고 그 사용처를 엄격히 제한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7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고모(65)씨와 관리소장 정모(60)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임대 수입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그 자체로 (횡령죄의)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라는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씨 등은 아파트 복지관 일부를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장으로 빌려주고 매월 304만원의 임대료를 받아 아파트의 일상적 업무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수선유지충당금' 명목으로 보관했다.
이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하자 고씨 등은 기존 시설과 비품 등을 인수하기 위해 임대 수입 1억3천580만원을 사용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할 임대 수입을 수선유지충당금으로 적립해 사용한 것은 횡령행위에 해당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도 아니다"며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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