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 저지 1년 성대하게 기념…통합 외치며 또 대량해고
에르도안, 의사당 폭격시간 맞춰 의회 연설…"서방, 터키인의 우정 배신"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으로 경찰·군인·공무원 7천400명 해고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쿠데타 저지 1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자축했다.
15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 등 쿠데타 시도가 벌어진 도시에서는 성대한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해협을 따라 선 건물 외벽에는 붉은색 대형 국기가 걸려 장관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민주주의와 통합' 집회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한다.
이튿날 새벽 2시30분 앙카라 의사당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이 쿠데타 저지 1주년의 대미를 장식한다. 연설시간은 정확히 1년 전 쿠데타군이 의회를 폭격한 때에 맞춰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오피니언면에 실린 기고문에서 "터키인의 쿠데타 저지는 민주주의 역사에 한 전환점"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쿠데타 시도 후 1년, 터키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1년 전 수백만 터키 시민이 자신의 정치·문화·민족적 차이를 넘어, 헌정 정지를 모의한 자들에 대항해 하나의 대오를 이뤘다"면서 "터키인은 무장조직이 민주주의, 자유, 삶의 방식을 강탈하려는 것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당일 서방이 터키정부에 연대를 나타내지 않고 구경만 했다고 지적하며, "동맹이 위선과 이중잣대로 터키를 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서방이 국외로 도피자의 망명을 수용한 것을 거론하며 "터키의 우정을 배신한 행위를 어떤 말로도 미화할 수 없다"고 성토하고 "서방 지도자들은 테러범과 연대하든지 터키인의 호의를 되찾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다.
터키정부에 따르면 1년 전 쿠데타 시도와 저지 과정에서 민간인과 군경 250명이 순국했다.
터키정부는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에 소속되거나 연계된 5만510명을 구속기소했다.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은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지지세력을 말한다.
해고된 공공부문 직원은 1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정부는 쿠데타 저지 1년을 맞아 '통합'을 외치면서도 또다시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터키정부는 14일 관보에 경찰과 군인, 중앙부처 공무원 등 7천395명을 해고하는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들은 '테러조직 또는 국가안보 저해 조직'에 연계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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