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얼마나 올릴 수 있나…늦어지는 추경에 속타는 정부
추경안 처리 지연으로 성장률 상향 효과 줄어들 듯
정부 "고용·서비스업 상황 좋지 않다…3% 성장 장담 일러"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하면서 조만간 성장률 전망을 내놔야 하는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면서 성장률을 3.0%대로 상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쏟아지고는 있지만 정작 성장률 제고에 도움을 줄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아직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전망한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2.6%다.
당시 한국경제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년실업률은 2015년부터 2년 연속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고용 시장에는 한파가 불어닥쳤고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심리 경색,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올 초부터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한껏 움츠러들었던 지갑도 조금씩 열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경제의 회복세를 "견실한 성장세"로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한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 역시 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일자리 추경이 집행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p)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말 전망했던 2.6%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최근의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있다.
실제로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앞다퉈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더 높게 수정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9%로 0.3%포인트 올렸고 모건스탠리도 2.4%에서 2.8%로 0.4%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9%로 수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추경 효과를 제외했음에도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8%로 높였다.
여기에 추경 집행에 따른 0.2%p의 상장률 제고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올해 3.0% 전망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대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추경을 조건으로 3%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팀의 전망이라며 '3% 성장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문제는 추경안이 한 달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된 일자리 추경안은 같은 날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야당이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면서 보름이 넘도록 상임위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번에는 야당이 추경안 심사를 인사청문 정국과 연계시키면서 지연이 계속됐다.
결국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다음 날인 14일이 돼서야 야당이 국회로 복귀했고 추경 심사가 재개됐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소위 심사를 하고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본회의(오후 2시) 전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의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우선 세금을 투입해 공무원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 대해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의안 도출까지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가 애초 제시한 0.2%포인트(p)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온전히 기대하기는 이미 어려워졌다.
추경으로 성장률을 0.2%p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지난달 제출된 추경이 한 달 이내 처리된다는 것을 가정해 내놓은 예측치이기 때문이다.
추경이 오는 18일 의결되지 못하면 애초 기대했던 효과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정부는 국회만 바라보며 속을 태우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단 추경안이 통과되면 최대한 집행을 신속하게 함으로써 반감된 성장률 제고 효과를 만회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올해 하반기 어떻게 전개되느냐 역시 정부가 성장률을 전망할 때 봐야 할 주요 변수다.
사드 보복 조치가 계속되면서 중국인관광객 수는 지난 3월 이후 매달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는 등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상승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점 역시 3.0% 성장 전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5월 전산업 생산은 서비스업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제조업은 좀 나아졌지만 서비스업이 좋지 않고 하반기에는 건설 분야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올해 3%대 성장을 장담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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