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마리 유기견 보호소 포천 애린원의 운명은 어디로
명도 소송으로 이어진 갈등…수천마리 유기견 어떻게 옮길까 '고심'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국내 최대규모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애린원이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애린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단체와 애린원 원장 사이의 갈등이 명도소송까지 이어지며 보호 중인 유기견 수천마리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있는 애린원은 20여년 전 공경희 원장이 야산에 사비를 털어 견사를 짓고 유기견을 수용하며 탄생했다.
이후 공 원장은 사정을 알게 된 봉사자들과 시민의 후원금으로 애린원을 꾸렸다. 전국 각지에서 유기견보호 의뢰가 올 정도로 보호소의 규모도 커졌다.
애린원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도 함께 커졌다. 애린원이 위치한 땅 주인이 나타나며 토지분쟁이 일어났다. 애린원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았다.
의료 봉사자들이 때때로 중성화 수술을 하긴 했지만,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해 유기 동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개체 수 급증은 보호소 내부의 위생, 질병 등 문제로 이어졌다. 현재 보호되고 있는 유기견ㆍ유기묘의 수는 2천∼3천마리 수준으로 파악된다.
갈등은 지난해부터 애린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단체 '생명존중사랑실천협의회(생존사)'가 공 원장이 후원금을 개인적 목적으로 횡령했다고 고발하며 폭발했다.
생존사 관계자는 15일 "공 원장이 후원금으로 개인적인 쇼핑을 하거나 병원비로 충당한 명확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현재 수사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사는 공 원장의 퇴진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애린원 토지 소유주와 임대 계약을 맺고 토지를 점거한 공 원장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오는 20일까지 시설을 철거하라는 승계집행 판결문과 송달증명을 지난달 발급받았다.
법적으로 애린원은 철거될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하지만, 보호소에서 사는 수천 마리의 유기견 때문에 철거는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유기 동물들은 철거 대상이 아니므로 철거가 집행된다면 공 원장이 데리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공 원장도 철거 및 퇴거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생존사 관계자는 "철거 예정일은 20일이지만, 유기견을 옮기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존사는 철거가 끝나면 이미 매입한 인근 부지에 새 보호소를 지어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보호소 건설과 운영은 후원을 통해 해결할 예정이다
공경희 원장은 퇴거에 절대 응할 수 없고 생존사 측이 말한 철거 방식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 원장은 "개들을 한 마리씩 전용 케이지에 넣고 옮겨야 하는데, 인간에게 버림받아 사납기 그지없는 개 수 천마리를 작업하는 게 가능하겠냐"며 "철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평생 아무 욕심 없이 유기견만 돌보다 허리 등에 병을 얻어 목욕탕과 병원만 오갔는데 후원금을 횡령해 사치를 부렸다며 모함 당했다"며 "현재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이며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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