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영국 정부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런던 증시 상장을 위해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전날 공개한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시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FCA가 아람코에 레드 카펫을 펼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아람코는 내년에 지분의 5%를 사우디 증시(타다울)와 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느 지역 증시를 선택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아람코의 기업 가치가 2조 달러(약 2천234조 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5%만 해도 1천억 달러에 달해 IPO가 이뤄지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뉴욕 증시와 경쟁하는 런던 증시에는 자못 매력적인 것이다.
FCA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금융시장의 경쟁력 유지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주식과 채권 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공개한 런던 증시 상장규정 개정 시안은 그 일환이다.
개정안은 국영 기업들을 위해 런던 증권거래소의 우대 상장 규정에 손질을 가한 것이다. 일반 기업이 런던 증시에 우대 상장을 추진할 경우에 요구되는 투자자 보호 의무를 국영 기업들에는 일부 면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신력 있는 정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지배주주와 관계 당사자의 거래를 규제하는 기존의 우대 상장 규정에서 저촉받지 않는다.
이를테면 해당 기업의 정부 측 주주는 다른 국유 자산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거래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FCA 개정안은 국영 기업들이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도 우대 상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서는 주식예탁증서에 대해서는 표준 상장만 허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커 매켄지의 에드워드 빕코 파트너는 "아람코뿐만 아니라 다른 국영 기업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우아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주주와 영국 금융업계의 명성을 보호하는 세이프가드를 약화한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로서 아람코의 런던 증시 상장을 통해 얻을 이득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영국 시장의 매력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로펌인 애셔스트의 파트너인 니컬러스 홈즈는 이번 개정안이 우대 상장의 가치를 희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