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도 용광로·70도 선박 갑판…폭염과 싸우는 여름 전사들
제철소·조선소 근로자 바람 안 통하는 방열·작업복 입고 땀 뻘뻘
연신 보양식에 찬 음료…세월호 선체 수색·AI 방역 현장도 사투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마철이 지나고 낮 기온이 33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계속되며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그런데도 섭씨 1천500도가 넘는 제련소 용광로와 뙤약볕에 뜨겁게 달궈진 선박 갑판 등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오늘도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산업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경주 낮 최고기온이 7월 기온으론 역대 두번째로 높은 39.7도를 기록한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직원들은 연일 계속된 찜통더위 속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1천500도가 넘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는 작업자들의 체감 온도는 상상 이상이다.
사방이 온통 시뻘건 쇳물인 작업장에서 통풍도 되지 않는 은빛 방열복을 입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형형색색의 불길 앞에서 긴 쇠막대기를 들고 쇳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하루 평균 8시간 일하는 이곳 근로자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과일과 아이스크림, 얼음물 등을 수시로 먹는다.
답답했는지 안전모를 벗은 한 근로자의 머리는 물을 뒤집어쓴 듯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는 "하루 평균 7∼8번 정도 속옷까지 다 젖어야 일과가 끝난다"며 "폭염은 이곳의 더위에 비하면 서늘한 수준"이라고 웃었다.
경남 거제시에 있는 조선소 근로자들의 작업복에는 땀이 마를 새가 없다.
햇빛에 달궈진 선박 갑판의 철판은 온도가 70도에 육박한다. 달걀을 깨어 올리면 금세 계란 완숙이 된다.
용접복을 입고 용접모와 보안경까지 쓰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조선소는 직원들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여름철 보양식을 제공한다.
전복 삼계탕, 장어구이, 갈비탕, 삼겹살 수육 등이 직원들의 식탁에 오른다.
사측은 작업장 곳곳에 냉방 장비 등을 설치해 더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스폿쿨러(작업 중인 선박 블록 내부에 찬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 240여대를 설치했고, 삼성중공업도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해 근로자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홍역을 치른 전북지역 방역 공무원과 일반인 110여명도 이날 비지땀을 흘렸다.
이들은 전주, 군산, 익산 등 19개 거점소독시설에서 인플루엔자, 폭염과 싸웠다.
은빛 방역복에 일회용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고무장화를 신은 채였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자꾸 시야를 가리지만 차량이 소독시설을 지날 때면 손놀림이 빨라진다.
방역복을 벗은 한 공무원은 "통풍도 되지 않는 옷을 벗으니 딴 세상에 온 것처럼 시원하다"며 "폭염 탓에 힘들지만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AI 사태를 내 손으로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방역에 임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무더위는 세월호 선체 수색 현장도 비껴가지 않았다.
세월호가 거치 된 목포신항에 배치된 작업자들은 뜨거운 용접기 불꽃과 사투를 벌이며 화물칸에 적재된 차량을 빼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절단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목포의 낮 최고기온은 29도로 예보됐지만, 일회용 작업복과 안전 장화, 헬멧, 장갑, 마스크로 온몸을 가린 탓에 작업자들이 체감하는 더위는 훨씬 컸다.
외부에서 선체 철판 절단이나 절단면 또는 적재된 차량 등을 지게차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는 인력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야 했다.
세월호 현장 수습본부 관계자는 "9월 중으로 화물칸 수색을 끝낼 방침"이라며 "작업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가며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금요일인 14일에도 찜통더위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내륙 지역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밤사이 5∼40㎜ 소나기가 내리겠다.
(이은중, 장아름, 김동민,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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