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형유산 선진국…다른 나라와 정책·경험 공유해야"
마르크 야콥스 교수 "무형유산의 핵심은 공동체 참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은 무형유산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나라로 평가받죠. 다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만 부각하지 말고, 좋은 정책과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형유산 전문가인 마르크 야콥스 벨기에 브리예대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네스코가 2003년 채택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은 국제 협력을 강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야콥스 교수는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한 '무형문화유산보호 역량강화 워크숍'의 강사로 초대돼 한국을 찾았다.
이번 행사는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의의를 알리고, 무형유산 보호 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는 이른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알려진 대표목록, 위기에 처한 유산을 모은 긴급보호목록, 무형유산 보호 경험을 정리한 모범사례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지난해 '제주 해녀문화'까지 대표목록에 19건을 올렸지만, 모범사례는 한 건도 등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야콥스 교수는 "오래전부터 무형문화재 제도가 있었던 한국에서 대표목록을 많이 신청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도 "벨기에는 플랑드르 지역의 전통 놀이 보호와 카리용 문화 보호 등 2건의 모범사례를 등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정신이 담긴 프로그램은 대표목록보다는 긴급보호목록과 모범사례"라며 "한국도 모범사례를 등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야콥스 교수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특히 중시하는 점이 공동체 참여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특징 두 가지는 무형유산을 건축물처럼 고정된 형태로 보지 않는다는 것과 공동체가 무형유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세계유산은 전문가가 해당 유산의 진정성과 우수성을 심사해 등재를 신청하지만,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가 중심이 돼서 등재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국제 협약은 정부가 주체입니다. 하지만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서는 무형유산을 전승하는 공동체가 주체가 됩니다. 그래서 협약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가 없다면 무형유산도 전승되지 않습니다."
야콥스 교수는 "최근에는 무형유산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무형유산을 지키면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 훼손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12월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2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에서 협약 이행을 평가하는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계기로 각국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